갑자기 불이 나갔다.
어둠 속에서 우린 약속이나 한 듯이 초를 찾아 허둥댔다.
어럽게 초를 찾아 성냥에 불을 붙여 초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순간 환하게 보이는 얼굴에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
유년시절의 남아있는 기억들 중 일부다.
어둠이란 무서움,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였고, 촛불은 그것을 털어내는 마지막 희망 같은 거였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엔 초가 들리고, 촛불이 켜지고 있었다. 촛불을 든 그들의 얼굴에서 난 희망을 보아야 했지만...
그들도 나도 그 희망을 아직 찾지는 못했다.
여전히 주변은 어두웠고, 우린 또 촛불을 찾아 헤매었다.
어쩌면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주인공처럼 비상구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린 어느새 검정과 흰색의 사이에서 회색의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님 노랑물감을 덮어쓴 또 다른 아나키스트가 되어갈 수도 있고,.....
아무려면 어쩌랴!
회색이든, 노랑이든 누군가는 또 촛불을 들 거고, 그걸 본 또 누군가에게로 그 불을 이어지겠지.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될는지도 모를 일이고...
우린 그랬다.
인류가 가졌던 역사는 바로 밝은 빛을 찾기 위한 불의 역사였다.
밝은 빛을 찾기 위한 태고에서 현재의 역사처럼 우린 또 불을 찾고, 불을 들것이다.
촛불은 어둠에 대한 작고 약한 자들의 마지막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그 몸부림으로부터 우리 역사는 정상적인 궤도로 다시 진입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하나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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