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기사를 읽다가
네 탓이라는 사람들과
나는 아니라는 사람들이 뒤엉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젊은 날 한때
공무원이 되려 꿈을 찾아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며
새벽전철을 타고 출근도장을
일상처럼 찍으며 들락거렸던 곳이 노량진이다.
시곗바늘처럼 똑같은 일상과
반찬 한번 바뀐 적 없는 똑같은 점심
아는 듯 모르는 듯
빼곡한 칠판을 응시한 채
분내 나는 냄새를 맡아가면서도
이게 정답이라 자위하며 버티었던 곳
세월에 속절없이 밀리다 보니
어느새 나는 욕 내뱉는 그들 중 하나가 되어있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었다
겉모습만 조금 더 화려해지고
먹는 것만 조금 더 좋아졌을 뿐
세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순수함마저 세월에 먹혀버린 채 철저하게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어있었다.
그 속에 속하지 않으면 낙오라도 될 것만 같아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굽신거리며
세상의 찌든 때 구석 한편에
자신의 자리를 튼튼하게 고정시킨다
갑이고 을이고
강자이고 약자이고
모두가 하늘아래 피조물인데
사람이 누추해지기도 하고
사람이 하늘보다 더 상전이 되기도 한다.
우리를 밀어낸 건 시간이 아니다
화석처럼 굳어진 내 안의 배설물들이다
빨아도 빨아도 세탁될 것 같지 않은 시커먼 찌든 때가 기름띠처럼 우리 안에 번져있었다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다
그 이기심들이 스스로를 갉아먹을는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 지도
상실의 시대에 상식을 찾아 헤매지만, 상식은 이미 고인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찾아다닌 건
나만의 유토피아는 아니었을까?
유토피아는 원래 you topia인데
너로 인해 내가 존재하는 게 세상인데
내가 있어야 네가 존재한다는
극이기주의에 파묻힌 아픈 대한민국의 자화상
나는 낙관론자인데 시도 때도 없이 드는 염세주의적 생각.
리더라는 자가 심어놓는 갈등과 안보와 위기라는 이름의 적당한 공포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대한민국 구성원들 중의 한 사람.
탈출구는 정녕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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