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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소회(秋夕所懷)

좋은생각/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by 이즈원 2023. 9. 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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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이래저래 슬프다.즐겁기도 하고...

지출이 많은 만큼 슬프고, 엄마는 음식 장만하느라 슬프다. 젊은 사람들은 취업했느냐? 결혼은? 같은 잔소리 듣느라 또한 슬프다.


마냥 신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애들뿐이다. 이미 마음속엔 용돈을 얼마 받을지, 맛난 음식 먹을 기대에 어른들의 관심사야 나 몰라라 식이다. 모처럼 공부에서 며칠이라도 해방되어선지도 모를 일이고...

아무려면 어떠랴!

팍팍한 세상 단 며칠이라도 공부에서 해방되고, 즐거우면 그게 좋은 일 아닌가?



명절이면 으레 제사상 차리는 문제가 화두로 올라온다.

요즘은 산소에서 간단하게 제사를 드리는 가구도 늘고 있다 한다. 물론 코로나가 그 추세를 더 가속시키도 했고...

없어도 푸짐히 차리게 하고픈 어른들과 정성 들여 알차게 차리고픈 며느리, 많이 좋아졌지만 아내와 달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 한잔, 고스톱 한판에 더 관심이 가 있는 남편

이래저래 사는 건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행복할 거고 누군가는 좀 더 힘들 것이다.

좋게 생각합시다

제사상 차리는 걸 두고 거기에 종교성향 드러낼 필요도 없고, 한두해 한 거도 아닌데 괜히 제사 안 지내는 집 갖다 붙일 필요도 없고 그냥 고생한 나를 위해 평소에 안 먹는 음식 직접 만들어본다 생각합시다.

더불어 좋은 사람들에게 푸짐한 고유음식 풍성하게 한번 대접한다 생각합시다. 거기에 우상숭배 같은 종교논리 들여 밀지 말고, 그렇지 않더라도 거기에 아내 혼자 고생시킬 생각 말고, 할 수 있는 한 남편들도 거들어 줍시다.
남편들 제사음식 함께 거듭시다. 요즘 뒷짐 지고 있는 남자들 얼마나 구시대적인 사람이라고 욕하는 줄 알고 계시죠?
힘든 아내 어깨라도 한번 토닥토닥해줍시다.


교육이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수학이 전부가 아닙니다.
부모가 당신들의 부모를 대하는 모습에서 자녀는 미래의 부모들을 모시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대부분 문제는 나는 하지 않았던 것을 자녀에게 하도록 요구하는 겁니다. 왜 그러죠 군대에서도 고문관이었던 병사가 선임이 되면 더 선임 노릇 하려 하고, 며느리 때 잘 못했던 며느리가 시모가 되어서는 시모노릇 더 엄하게 하려 한다죠.

굳이 가치의 기준을 내 힘들다고 세류에 맞출 필요는 없겠죠.

행복한 추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지냅시다.
귀한 음식 해놓고 거기에 격식 차리고, 논쟁 부리고 해 봤자 음식에 들어간 정성과 맛만 떨어질 뿐입니다.

교회 다니시는 분은 기도로 대신하시면 되고, 그렇지 않은 분은 평소처럼 절 하시면 됩니다.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음식 만들고 제사상 차리는 것까지 문제 삼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건 강제해서 되지 않는다는 거 잘 알잖습니까?

나의 믿음과 나의 평소 모습을 보며 감동한 사람들이 내가 믿는 것을 믿고 그러한 자연스러운 믿음들이 보여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면 굳이 나만의 논리로 강요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겁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거라면...

제사음식 차리는 거 까지 문제 삼을 필요 있나요?
생각의 문제겠죠. 내가 힘들다고 가만히 계시는 신을 팔 필요도 없고요. 그냥 평소 가족들 생일상보다 조금 더 푸짐하게 차린다 편하게 생각합시다. 음식 먹는 건 어차피 우리쟎아요.

음식 먹는 거 어차피 내가 아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가까운 사람들 이잖아요. 그 사람들을 위해 내가 음식 좀 정성 들여 맛있게 만들어 대접하는 게 기분 나쁜 일입니까? 우리가 예를 표하는 건 죽은 사람에 대한 숭배가 아니라 당신들이 우리에게 살아생전 베풀어준 은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겁니다. 그 마음에 이상한 논리들 갖다 붙이면 안 되겠죠.

우리가 늘 배우는 게 그거 아닌가요?
나의 작은 마음이 때로는 많은 사람의 즐거움이 되겠죠.
그게 정말로 신께서 바라는 사랑이 아닐까요?


< 추석소회(秋夕所懷) >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추석빔 하나 얻어 입을 심산으로
새 운동화 얻어 신을 설렘으로
꼬마는 어미 뒤를 달싹 따른다.
평소 같으면
시장입구 리어카 위 바나나나
한편에 늘어선 번데기가 목표지만
추석 때는 덩달아 욕심도 커진다.
아비 지갑에 돈뭉치가 두둑하다는 걸
꼬맹이는 익히 보았던 터이니


또 추석이다.
이제는 얻는다는 설렘보단
무얼 내놓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어미 아비가 했을법한 그 고민은
이제는 온전히 내 것이 되고 말았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 있었던
모처럼 동전으로 무거윘던 호주머니
그때보다 더 기름진 제삿밥
오만 원권으로 두둑해진 지갑이지만
마음은 더 가난해진 느낌이니


세월은 소비만 했던 나를
어느덧 재화의 공급자로 만들어 버렸다.
아비 어미가 고민했던 출구전략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경제전략을 고민하니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머릿속은 이미 순서 없이 놓인
제사 음식들만큼 뒤죽박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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