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구 동인동 재개발단지에서

좋은생각/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by 이즈원 2023. 7. 3. 00:01

본문

#대구 동인동 재개발단지에서

몇 해 전 대구 동인동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갔을 때 적은 글입니다.


1. 기억의 초상

여러 해 전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살던 동네예 갔어
구슬치기 하던 골목길은
4차선 도로로 변해있었고
모래사장 있던 공터는
회색건물들이 들어서있어
이곳에 내가 있었음을 증명해 주는 건
콘크리트벽에 막혀 있는 철도건널목
머리는 아직 그때를 기억하는데
보이는 건 기억의 다른 편에 있는 거야


냉차 팔던 점빵 자리엔
이디야커피점이
핫도그 팔던 포장마차 자리엔
롯데리아와 배스킨라빈스
시장 입구에 번데기도 없고
건너편 달고나 아저씨도 없고
눈깔사탕 주시던 닭집 아줌마도 없고
트랜스포머가 아니고서야
이리 깜짝 변신할리가 없을 텐데


2. 모래성일지라도 행복하다면

곧 철거될 아파트를 볼 때
쏴하는 느낌이 그때와 닮았다.
더러는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기억이 되어
잔잔한 그리움으로 남을 거 같은
언젠가는
그나마 남은 추억들도
기억할 수 없는 날이 올 것만 같아
그게 무지 슬픈 거 있지
그게 무지 두려운 거 있지


스쿨존이 없어도
안전했던 그때가 있었지
층간소음 걱정 없이
방방 뛰며 놀아도
이해해 주던 어른들도 있었지
천장 쥐돌이의 분주한 발놀림이
자장가처럼 들릴 때가 있었지
하늘의 해도 별도 달도 그대로이고
나도 아직 그대로인데
묻지도 않고 시간은 너무 멀리 와있다.


어느 순간 외톨이가 된 느낌. 어느 별의 이방인이 된 거처럼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문득 돌아보면 낯선 세상
기억은 그대로인데 모든 게 낯선
그런 때가 올지도....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