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재발견
< 골목길 접어들 때에 > 이즈쓰다
그곳에서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나이는 숫자가 된다
모퉁이 큰집에는
전학 온 도회지 소녀가 산다라는
근처 폐가에는
밤이면 도깨비가 나타난다는
거짓말 같은 소문들을
진짜로 믿고 싶어진다
골목길 접어들면
시간이 멈춰지는 게 아니라
역주행을 한다.
녹슨 철대문 앞에는
학교 가자며 부르던
아이의 모습이 있다.
변함없는 전봇대 앞에선
말타기 놀이 하던 아이들도
날다람쥐처럼
훌쩍훌쩍 담을 뛰어내리던
악동들의 모습도 그곳에 있다.
골목길 빠져나오면
보이는 넓은 공터와 예배당
세련되었지만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내가 역주행하면 되니
능소화 옆 나무벤치엔
이쁜 누나가 앉아 있을 거 같다
그 앞에선 여자애들이
고무줄놀이를 할 것 같다.
길에는 아스팔트가 깔리고
벽은 알록달록 채색되어도
마음은
늘 흙먼지 나는 골목길
무색의 벽 앞에서 서성인다
그 안에는
채워지지 않는 허탈감이 공존한다.
더 이상 돈으로는 살 수가 없는
길 잃은 장난감 트럭과
주인 잃은 그네
빈 공간을 지키는 미끄럼들
골목길을 지날라치면
먹을거리를 찾아
들개처럼 배회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나이는 숫자가 되고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춤 한다.
그곳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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