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평문씨 세거지에서
큰비가 찾아올때쯤 남평문씨 세거지의 담장을 타고 피어나는 능소화;
성은을 입은 임금을 담장 너머로 그리워하다 죽은 자리에 피어났다는 능소화.그래서 꽃말도 기다림 입니다.
능소화가 피었다네요
올해는 가보지 않았지만 추억에 옛글 소환해 봅니다.
능소화는 깊은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하지 않고 왠지 사연 몇 개쯤 감추고 있는 듯합니다.
< 능소화 연정> 이즈쓰다
정은 넘쳐나도 줄곳이 없고
기다림은 깊으니 耳鳴(이명)만 는다
혹시 하는 마음에
담장너머를 살펴도
바람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아마도
장대비에 다리가 끊겼을 게야
노 젓는 뱃사공 아파 누웠을 게야
그러면 다행인데
교태스러운 계집년 수작질에
나를 까맣게 잊었으면 어쩐다
나 지쳐 쓰러지면 그때는 오실런가?
와서 없으면 실망할까 해서
복숭아 빛으로 분 곱게 바르고
귀 활짝 열어두고
머리 따내기듯 그리움을 엮는다.
하늘만 바라보며
하소연을 할라치면
내리던 비도 어찌할 줄 몰라
흐르기를 멈추고
망울 되어 알알이 맺힌다
님을 기다리다 죽은 자리 담장을 따라 피었다는 능소화
구중궁궐 홀로 떠나와 마음에 품은 님. 언제나 오실까 노심초사하던 옛 여인의 바람이 피워낸꽃 능소화.
사랑한다는 말조차 금기시되던 시대. 그 시대 사랑을 위해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던 지고지순한 여인들을 위해 피어난 꽃이 능소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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