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목 ~ 이즈 >
순수하다는 건
얼마나 찬란한 언어의 유희인가?
햇빛에 토해내는 눈 부심이 그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나신이 그랬다.
일렁이는 물결에 몸을 내어준
대청호나목의 초연함이 그러했다.
걸친 게 많았으니 벗을 것도 많은 거지
진지하게 생을 갈구해도
허점투성이 삶일 수밖에
삼보일배 그 후 고해성사 그후
묵언의 기도 이후에나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이미 내려놓은 그들은 알았을 터
불순한 감정으로부터
순수하게 젖어들 수 없다면
매서운 추위로부터
따스함을 불러낼 수 없다면
호수에 투영된
나목의 내면과 주파수를 맞추자
거기로부터
잠자던 순수의 영혼을 깨우자
바스락바스락 버림받은
메마른 낙엽의 울부짖음이
스사사구 사삭 가지를 관통하는
겨울 삭풍의 애처로움이
그대의 가슴으로 들려온다면
봄은 마침내
헐벗은 세상에 옷을 입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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