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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EBS 오발탄을 본 김에 ... 상실의 시대 상처입은 세상에서 길을 잃은 우리를 돌아보며

문화,연예/I LOVE Movie(드라마,영화)

by 이즈원 2024. 12. 3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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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과 사의찬미

EBS는 일요일 밤 고전 영화들이 가끔 상영된다. 액션블록버스터에 열광하는 현대 영화의 추세지만 거기서 벗어나 느린 전개와 영화가 던져주는 잔잔한 메시지는 삶을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오발탄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이범선의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로 6.25 이후의 암담한 현실을 리얼하게 묘사하였다. 1961년 유현목 감독이 영화화하였다.

오발탄은 전쟁 후 혼란한 사회에서 사람같이 살려는 철호(김진규 분)와 그 가족들의 삶을 중심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상이용사들의 이야기가 주 소재이다.
철호의 가족의 면면에는 당시의 민초들이 겪었던 삶의 애환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진규 분(배우 김진아의 부친)

가족부양 책임 때문에 치통에도 치과 한번 가보지 못하며 궁핍하게 사는  철호, 전쟁통에 미쳐버린 어머니, 만삭의 아내,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대접받지 못하고 사회의 문젯거리로 전락한 한탕을 노리는 상이군인 영호(최무룡 분), 돈을 벌기 위해 밤거리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 그리고 명숙과의 사랑과 불구라는 현실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식(윤일봉), 설희 등을 등장시켜 당시의 참담했던 한국사회 내부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였다.

결국 동생 영호는 은행을 털다 잡히고, 만삭의 아내는 병원에서 죽고, 마침내 아내 병원비로 명숙에게 받은 돈으로 앓던 사랑니 두 개를 빼버린 철호.
택시를 탔는데 어디론가 가야 하는데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오발탄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생각과는 정 반대의 환영받지 못하는 철호의 삶 자체를 한마디로 함축하는 단어이다.

" 나는 조물주가 쏜 오발탄인가?"

2018년 드라마 사의찬미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우진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사의 찬미는 여러 드라마 및 연극 영화에서 단골 소재나 음악으로 등장한 바 있다.
원곡인 다뉴브(도나우) 강의 잔 물결이란 멜로디를 편곡해 가사를 번안한 작품이 사의찬미이다.

신문물이 밀려들며 사랑에 대한 관념이 점차 바뀌던 1900년대 엘리트 청년 김우진과 조선 최초 성악가인 신여성 윤심덕의 사랑은 처음부터 이루어지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조혼으로 배우자가 있는 김우진과 윤심덕의 사랑은 지금도 문제겠지만 당시엔 쇼킹 그 자체였을 불륜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꿈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굴레 속에서 의지와는 정반대로 이어지는 좌절과 세상의 눈길 속에서 결국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남녀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을 찬미한다는 건 어쩌면 현세에는 아닐지라도 사후에는 어떤 속박도 없이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대한 소박한  바람이었을지도...
뛰어난 달란트를 가졌지만 그것 만으로는 기존 세상이 가진 틀을 깨기 쉽지 않았던 사의 찬미 노랫말에는 그런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 사의찬미  윤심덕 ]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녹수청산은 변함이 없건만
우리 인생은 나날이 변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헤어화

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관심과 당시로선 생소한 성악풍의 소리가 합쳐지며 경이로운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사의 찬미는 그 후에도 여러 가수들에 의해 불리어지며 때로는 영화 해어화의 천우희처럼 곡조는 유지한 채 노랫말이 바뀌어 불러지기도 하였다

세상은 바뀌고 관념도 바뀐다. 과거엔 터부시되던 게 지금은 당연시되고, 상상하기도 힘든 질곡 된 세월을 살아온 옛사람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오발탄이나 사의 찬미는 당시의 시대상과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애환과 슬픔을 녹여낸 작품들이다.
어찌해도 쓰러질 수밖에 없던 게 다반사였을지도 모르는 일제강점기나 아님 전후의 시대 상황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염세주의적 내용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게 자포자기든 아님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이든 어찌해도 뚫을 수 없는 통곡의 벽 앞에 마주한 사람들의 마지막 인간다움의 발악이었을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대가 만들어낸 아픈 상흔들. 그건 비단 그때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바꿔 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아이가 웃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혼잣말처럼 되뇌는 오발탄 속 명숙의 대사는 우리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함은 아니었을까?
늘 쓰러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더 좋은 방향으로 계속 이어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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