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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가볼만한곳] 철도마을 소제동 이야기

좋은생각/짧은 단상 긴 여운

by 이즈원 2023. 1. 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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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가볼 만한 곳
# 철도마을 소제동

몇 해전 다녀온 대전 소재 철도마을 소제동 탐방기 입니다.
지금 봐도 그때의 기억이 또렷하네요.

대전역 뒤편 소제동 입구에서 마주한 개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는"으로 시작하는 정지용시인의 향수란 시 첫머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느렸었고 지루했던 시절.
어서 어른만 되면 모든 것이 다 될 줄 알았는데 시간만 자랐지 우리는 시간만큼 자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쓴 대문에 자물쇠가 굳게 잠겨있고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건물들과 오래 됨직한 미로 같은 골목길, 그 골목길에는 어슬렁거리며 힘깨나 서며 삥을 뜯던 건달 형도 있을 거 같고, 전봇대 한편엔 다 타버린 연탄 나뒹굴어도 그러려니 할만한 곳


철거 명령을 기다리며 동네 앞을 지키는 불도저와 낮고 낡은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고층아파트와 빌딩들이 한 하늘을 덮고사는


소제동 오래된 집들 사이에서 영업 중인 이용원
문을 열고 촬영을 부탁하자 흔쾌히 허락하신다.

 


대창이용원.
80세가 넘은 어르신이 주인이다. 60년째 이발을 하고 있다며 포즈를 잡아주신다.
이곳이 철거되고 없어질 때까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가위를 잡을 거라고

 

 


철도일을 하던 노동자들을 위한 관사촌이 하나둘씩 생겨나며 만들어진 동네


언제부턴가 재개발 얘기가 나오더니 이젠 오래된 건물들이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특이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이 하나둘씩 메우게 되고, 입소문을 타고 찾는 청춘들의 발길이 부쩍 많아지며 새로운 문화거리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름들도 특이하다
온천집, 그레이 구락부. 치앙마이방콕, 파운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청춘들
하나같이 빛이 난다.
젊음은 무기라더니
이미 화려한 시기 다 보낸 소제동의 모습과 늙음이 흉기가 되어버린 나완 사뭇 비교가 된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몰랐기에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젊음은 부러운 것이다.


기억을 넘어 추억이 되어버린 옛날은 이런 곳에 와서야 한번 더 생각나게 된다.
"참 옛말이란 틀린 게 없더군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히더군
참 세상이란 정답이 없더군
사는 건 하루하루가 연습이더군"
그땐 그랬는지도 모른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 삶
시간은 단순히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지난 것들도 쉽게 잊게 해 준다.


잊고 있던 과거와 그리고 현재 다가올 미래가 뒤죽박죽 한자리에서 섞이고 엉켜있는 곳..

세월을 담은 담장 벽면을 가득 메운

당신과 나 사이에 매일 오고 가는 건
말이 아니라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라는 글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도 소리 없이 말을 한다.
소제동에선 건조해져 가던 그 마음의 말소리가 들린다.
오늘 찍은 사진은 얼마 후에 기록사진이 될지도 몰라 씁쓸한 말이지만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시간은 그냥 흐르지만은 않으니
늘 함께하던 것들을 바꾸어 놓고 가는 게 현실이니까 라며 자위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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