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것은 부족하고 모자라야 온다. > 이즈쓰다
세상
인심이 메말라서 인가?
안쓰런 소식들에 슬피 울어서
흘릴 눈물마저 다 마른 것인가?
오뉴월 들쑥날쑥 날씨에
속살을 드러내고 갈라진 대지가
정에 굶주리고 사랑에 목 머른
이 시대 자화상 같아 슬프다.
지난겨울
찜질방의 한때처럼
찜통가마로 변한 바깥세상과
냉방기로 중무장한 안의 경계를
의무감처럼 왕복하고 나서야
달구어진 내 안의
열기는 식히어진다.
모호한 시작과 끝의 대칭점에서
희미해지고 퇴색된 유년의 기억처럼
처음의 그 설렘과 각오는 무뎌지고
네버엔딩 스토리 같은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마감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유월 어느 날의 더위는
촉촉한 비님을 그리워하게도 하고
매일 대하는 같은 사람과 풍경의
식상함이
낯선 곳 으로의 여행을 꿈꾸게 하고
우연히 켠 음악방송에서
흘러나온 노래에 홀릭해
음반가게 앞을 서성이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르고
생각 없이 주문한 어느 카페의
음식맛에 놀라기도 하며
기대 없이 나간 그곳에서
멋진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부족하고 모자라야
좋은 것이 정말 좋은 것이 된다.
세상이 툭툭 던져놓는
우연 같은 드라마는 늘 일어나고
가끔은 당신을 주인공으로 쓸지도 모르지만
배부른 자의 산해진미보다
장발장의 빵 한 조각이 더 꿀맛이고
백만장자에겐 무의미한 로또지만
어떤 이에겐 인생역전의 로또도 된다.
부족하고 모자라서
우리는
비를 그리워하고
심지어
사랑한다고 까지 하는 건지도...
좋고 즐거운 것은
부족해야 온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은
받기로 예정된 선물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받게 되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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