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로 유명한 대구 남평문씨 세거지다.
요즘 세거지가 들썩거린다.
봄이라고 해도 산머리를 덮은 눈은 채 녹지도 않았지만 매서운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만개한 매화를 보기 위해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남평문 씨 세거지는 우리나라에 목화씨를 들여온 강성공 문익점의 후손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이다.
붙잡아도 갈 것은 가고 막아서도 올 것은 온다.
지금의 겨울과 봄이 그렇다.
< 봄의 길목에서 > 이즈쓰다
침묵하던 땅끝에서
매화는 향기를 피우고
땅이 녹아 봄물이 고이고
차디찬 바람에도 꽃은 피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따스한 온기 따라 영춘화가 꽃망울을 터뜨렸으니
빨간 산수화 눈길을 현혹할 때
앞다투어 피어난 매화꽃 사이에서
속절없이 고개 숙이는 겨울에
통보 없는 이별도 고해봅니다.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었음에
오랜 기다림을 견디고 나서야
향기 나는 세상과 만나지는 건
계절이 전해주는 삶의 미학입니다.
봄의 길목에서
한동안은
아름다운 만남이 이어질 겁니다.
또 한편에선
아름다운 이별 준비로 바쁠 겁니다.
봄을 수놓은 꽃밭 속에서
우리는 찬란하게 시작하고
의미 있는 작별을 고하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될 겁니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
또 누군가가 다가오듯이
또 황홀한 기억 속에서
다가오는 이쁜 이들을 영접하게 될 것입니다.
옛 인흥사지 터인 남평문씨 세거지는 후손이 거주하는 한옥들과, 인흥서원의 옛 가옥들이 있다.
인흥사의 삼층석탑은 쌍탑으로 또 하나는 현재의 경북대학교 박물관 앞뜰에 옮겨져 있다.
또한 세거지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세그루의 회화나무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여러해전 고사하고 현재 두그루가 남아있다.
문경호 나무는 이곳에 터를 닦은 문익점의 18대손 문경호의 이름을 딴 나무이다.
여기서 매화나무 아랫사람은 곧 꽃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람도 꽃에 뒤지지 않으니 꽃이라 한들 뭐가 대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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