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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서울에서

여행이야기/알고가자 여행!

by 이즈원 2024. 1. 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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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설요기조기
#사진앨범


< 눈 오는 날 서울 칸타타 > 이즈쓰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되고 싶었는데
눈 오는 거 있지
고독, 외로움, 슬픔, 동경 등
계절이 주는 이 감정들도
눈앞에서는
무용지물이지만
한껏 빠져 보고 싶었어


사람 많고 차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도시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
그 거리에 눈이 온다는 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기계가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
세상은 느려지고 더뎌지겠지만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시간.
겨울나그네인 내게도
비로소 일이 생기는 시간.


눈 차지가 된 도시
칼라퍼플한 도시가
원초적 시간으로 회귀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눈은 소복이 쌓이고
기와를 타고
나뭇가지 끝으로 흘러내려
세상이 밝아지는데도
세상이 더러워지는데도
그리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아
하늘에선 영광이어도
지상에선 발아래 녹는 흙탕물


값진해 청룡의 시간이라지만
용이 되고파 사투 중인
이무기들이 난무하는 시대
안타까워 흘리는 사연들이
눈꽃 알갱이로 化한 건지
세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아갈 우리


유독 그대로인 건 력사(歷史)
일본의 잔재 구 서울역
국보라는 숭례문
세종대왕, 이순신
취해보고 싶었지만
맘껏 취할 수도 없는 시대
우산 위 눈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버거워
멈출 곳이 어디인지 몰라
앞으로만 가는 행렬
그나마 조심스러운 건
눈을 딛는 발걸음.


저 걸음으로
집에는 언제 가지?
가긴 갈 건지 안 들어갈 건지
펑펑 눈도 왔겠다.
력사가 또 이루어지려나
소나타풍 감성으로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칸타타풍 랩이 되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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