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블라인드 사이를 비집으며 들고, 선술집 같이 왁자지껄한 바다옆 카페에서 차 한잔 끼고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봅니다.
낙조까지 꽤 긴 시간이 남아 잠시 쉴 겸 들렀던 몰운대 카페.
감미로운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고
혀끝으로 달달하게 전해오는 미각을 음미하며 시 한 편 읽어 내려가다가
로맨틱한 옛 거 억을 또 끄집어냅니다.
완벽한데 앞자리엔 그대가 없네요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날
어느새 넌 다독거렸지
헤아려주오
나 살고픈 이유는 바로 너
이승철의 넌 또 다른 나.
그 노래를 참 좋아한 그녀가 생각났다.
마음속 빈 틈을 헤집고 그녀가 밀물처럼 들어온다.
한때는 또 다른 나였을지도 모를 그녀가...
< 카페 & memory > 이즈쓰다
커피를 마시러 간 적은 없다.
굳이 왜 가냐고 묻는다면
향기를 마시러 가는 걸 거다
불쑥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초상 같은 잔상들을 놓기 싫음이다.
그럴 때면 익숙한 듯
카페의 구석진 자리 나를 이끈다.
비엔나커피를 밀어내고
아메리카노, 라테, 마키아토
점점 더 고급스러워진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카페에 가면 보고 싶은
누군가를 만날 것만 같아서다
오래전 그녀를 만날지도....
하지만 카페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카페는
密語를 쏟아내고
단지 나는
감각을 자극하는
그 분위기에 취하면 그뿐이다.
굳이 떠오르는 기억을
일부러 떠밀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사이 일몰시간이 다가오고
서둘러 해변으로 나간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짧은 찰나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황홀한 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일단의 사람들을 두고 해는 바다 건너편 능선 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또 다른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다대포의 낙조는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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