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나들목에서 > 이즈쓰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이라는 걸
수행할 시간 언저리에 왔다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해
마지막 시간을 주려한 건지
낮에는 봄처럼 따사로웠고
밤에는 정 떼려는 듯
을씨년스런 날씨가 이어지고
싸늘하고 냉정한 바람까지 불었다.
가을걷이 끝난 들녘도 보고
빛 속에도 서있어 보았고
벽화와 양철지붕 너머 하늘과
억새 사잇길과
물든 나뭇잎과
생을 다해가는 널브러진 낙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시간을 죽이고 얻은 것들이 많다
나 홀로 나무가 된 심정으로
다시 예정된 만남을 이어가려 한다
계절을 만났을 때처럼
죽어간 것들의 보상으로 받는
다시 태어날 것들을 축복하기 위해
오늘 죽어가는 것들에 경의를 표하고
다가올 날을 반갑게 맞이해야지
삶은 계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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