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앨범
#구미 고아습지에서
안개를 보며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백지상태의 종이 위에 기록이 남겨지듯 무로부터 세상을 채워나갔던 생명의 신비를 떠올렸다는 게
현재 지구상에는 천만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건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종의 단 1%에 불과하다
40억 년 전 물로 덮인 지구에는 초기상태의 단순 생명체만 존재했고, 그로부터 4억 5천만 년 뒤 대지가 활기를 찾기 시작하자 환경의 영향을 덜 받은 바다에서 자생한 무척추동물이 새로운 환경을 찾아 최초로 육지로 나오고 양서류는 시대를 거쳐 점차 진화하며 파충류의 시대를 열죠
그 1억 년 뒤에는 절지동물이 생겨나고, 파충류는 진화를 거듭하며. 그 무엇도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몸집으로 무려 1억 5천만 년을 군림하게 되죠. 소행성의 충돌로 지구가 불바다가 되기 전까진
익히 아는 공룡이죠
공룡의 시대가 저물자 그늘에 가려져 있던 상대적으로 작아서 살아남았던 가장 위대한 종 포유류의 시대가 옵니다. 불과 몇만 년 전의 사건이죠. 진화는 계속되었고 그중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는 가장 위험한 종인 영장류가 나타나게 되며. 인류는 1만 년경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걸로 확인됩니다.
화산폭발과 건조기, 빙하기 소행성의 충돌등 환경은 끊임없이 돌변하였고,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는 적응과 동종과 이종 간의 경쟁을 통해 적합한 형태로 진화하여 현재에 이른다. 적응과 경쟁은 생명이 진화하고 더 강해지는 생존의 법칙으로 지금까지 자리매김했다.
그때의 경쟁이 생존을 위한 거라면 지금은 더 채우기 위한 거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 안개의 바다 > 이즈쓰다
(a sea of mist)
어둠의 장막 사이로
안개는 소리 없이 온다.
여명이 오기 전
안개 사이에서 숨 쉬는 건
놀란 눈을 깜빡거리는
가로등 밖에 없었다.
넓은 습지는
자욱한 안개의 바다
그 한가운데로
겁도 없이 뛰어들었다.
길이 잠기고
숲이 잠기고
불과 몇 미터 앞도
가늠할 수 없어도
콜럼버스의 객기인지
나침판 하나 없이
안개의 바다를 지난다.
수백만 년 전 빅뱅 후
소멸되지 않은 생명체가
경험해야 했던 공포
쥐라기 시대
티라노의 발아래에서
사투를 벌였던 생명체처럼
새의 작은 날갯짓에도
수풀 사이 미세한 소리에도
발걸음을 멈추며
흠칫흠칫 해가며
태초의 생명체가 느꼈을
두려움을 제대로 경험한다
그 세상 위에서
새 생명이 때어나고
새 세상이 밝아왔으니
누군가 이미 걸었고
또 누군가는 걸어올 그곳
누군가는 멈추었고
또 누군가는 헤쳐 나갔던
보이지 않았던
미지의 안갯속 어디쯤에서
나는 헤매고 있다
암흑의 세상에서
죽지 않은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했던 불가피한 진화
귀가 밝아지고
감각이 살아난다
태양도 안개에 덮여 버린 날
안개가 사라지기 전에는
명확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인류가 그래왔듯
그 불확실성을 헤치고 있다
사실은
돌아가는 게 두려워
앞으로 앞으로만 갔었는데
젠장
너무 멀리 와버려
돌아갈 용기까지 고갈되어서
생각해 보면
창조냐 진화냐의 갈림길에서 예단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주장들 마저도 기껏해야 40억 살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불과 하찮은 수천 년 전에야 기록된 것이니
지구의 나이로 환산할 때 단돈 십만 원으로 4억짜리 페라리를 넘보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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