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계절 앞에서
< 가을입문서 > 이즈쓰다
탕웨이의 헤어질 결심을
아직 보지 못했다.
표현은 거칠지만
눈 깜빡할 새
가을은 성큼 와 있었고
오래된 습관처럼 우리는
또 헤어질 결심을 해야만 한다.
가까운 날
수고하는 자의 땀방울들이
들녘에 보석같이 쏟아질 때쯤
시나브로
수줍게 물드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아낌없이 내어주는
대지의 은혜로움에
무한 경건해져야 할 것이다.
따가웠던 한여름 햇빛으로
달고 단단한 과실이 열리고
지루한 비의 헌신 덕으로
세상이 충분히 촉촉해졌는데
굳이 이랬으면 하는
바람은 무의미하지 않은가
헤어질 결심 한 번이면
눈 녹듯 용서될 지난 일이고
점점 잊히는 바람 같은 일인데
베풀지이다. 맘껏
나눌지이다. 한껏
너그러운 자 너그러워질 것이고
은혜로운 자 은혜로워질 것이다.
오래 가지고 있으면
썩기 마련이고
썩지 않는 것과 있으면
내가 먼저 썩을 수 있으니
욕심에 자신을 저당 잡히지 마라
대지는 열매를
나무는 걸친걸
아낌없이 내어준다
적당한 때에 내려놓는 것도
슬기로운 삶의 해법이라며
이파리 한 장 툭 떨군다.
지난 시간의 감사함에 더해
은혜는 이렇게 나누는 거라며
내려놓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그대의 가을이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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