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그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한 건물 안에 여러 가구가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은 다섯 개 층 이상의 빌딩형 공동 주택을 아파트라 한다.
갑자기 웬 아파트냐고요?
최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된 배경이 아파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병헌(영탁) 박서준(도균) 박보영(혜원)의 탄탄한 연기와 김선영(부녀회장)등 조연들의 연기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는 대지진으로 모든 게 무너져 내리고 유일하게 황궁 아파트만 남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대결 구도가 긴장감 있게 묘사된다.
분명 호불호가 있는 영화다.
액션물도 스릴러 물도 그렇다고 재난 영화라 하기에도 어느 하나 콕 짚어 말하기가 애매해서이다, 생각 없이 보면 무지 지루할 수도 있고, 몰입해서 보다 보면 끝난 후 뭐지? 란 말이 툭 튀어나올 수도 있다.
관람 포인트는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다.
예측으로 700만 정도 보지 않을까?라고 추론해 본다.
거대한 자연으로 부터 종속되어 있던 인간들은 채집과 사냥 같은 군집생활로 부터 탈피하여 농업의 시작과 더불어 모여 살기 시작한다.
단연 공동체 내의 규범이 생기고,하지만 이것도 잠시 청동기가 등장하며 지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사이의 대결이라는 국면을 맞이하고 계속 이어진다.
적어도 인간의 존엄성이란 명제가 등장하기 전까진....
콘크리트 유토피아란 영화를 아마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나라면? 어떡했을까 라는 가정을 자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체 안의 사람들 외엔 믿을 수 있는 게 없다. 아파트 외부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으며, 단지 나와 내가 속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 가운데 울타리를 치고 외부의 접근을 차단한다.
그들은 대표를 세우고 , 방범대를 만들고 규정을 만들며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간다.
여기서도 계급은 엄연히 존재한다. 공동이 만든 규칙에 위배되는 자는 퇴출이다.
공동체에 비협조적인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그들을 바퀴벌레라 부른다.
살인과 폭력 또한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정당화되고 집단의 이익과 의사에 반하면 바퀴벌레로 취급받는다.
쿤크리트 유토피아의 세계관은 인류가 지금에 이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났던 계급투쟁과 대결, 인간성의 상실 등 피할 수 없는 영역일지도 모를 많은 부분들에 대한 과정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끊임없이 진행 중인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투쟁, 욕심, 분명한 계급 간의 경계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문제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같은 느낌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궁아파트는 적어도 외부의 시각에서는 분명 카르텔처럼 보일 수도 있다. 쉽게 들어갈 수도 없는 견고한 울타리 같은... 지금도 일단의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일부 외에 나머지는 바퀴벌레란 이상한 사고에 매여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생물체에 비해 월등한 뇌는
인간본연의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지구상의 그 어떤 위험보다 더 큰 위협이 될런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오펜하이머도 동반 흥행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대지진이 자연재해라면 핵은 인간이 만든 최악의 재해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좋은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인간의 욕심은 언제나 선의를 넘어서왔고, 지나칠 정도의 욕심은 늘 세상을 암흑 속으로 밀어 넣아 왔기 때문이다.
인간이다.
그걸 잃어버리면 바퀴벌레인 것이고. 그걸 간직하면 인간인 것이다. 영화가 말하려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당신의 소속은 선택된 황궁아파트의 일원인가?
아니면 바퀴벌레 인가?
그 기준을 만드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다들 이상하게 희망적이신거 같아요. 전혀 바뀌는 것도 없는데
어쩌면 당신만 바뀌면 세상은 좀 더 희망적이 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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