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대학 새내기 때 주말을 맞아 내려가는 열차칸에서 우연히 교수님을 만났다.
많은 대화가 오고 갔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건 세월은 빠르다. 그걸 알 나이가 되었을쯤에는 이미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있더라는 것. 20대, 30대, 40대, 50대가 느끼는 세월의 깊이엔 똑같은 시간이지만 느낌의 가속도가 붙어 눈 깜빡할 새 지나가 버린다는 뭐 그런 얘기들....
은교란 영화가 있다.
개봉 전부터 외설이냐? 예술이냐? 를 놓고 한바탕 떠들썩했던 작품이다. 유명한 시인 이적요에게 다가온 17살의 소녀 은교와의 시적이고, 동화 같은 감성 저는 이야기가 주된 소재다.
은교에게서 문득 무뎌져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자만의 사랑을 상상하는 이적요. 때로는 젊은 이적요로 돌아가 은교와의 풋풋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이적요는 그런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하지만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는 존경과 질투가 혼용되는 감정으로 이적요의 글을 훔치고 문단에 출품하여 문학상을 타게 되는데...
문학상 시상식에 인사말을 하기 위해 선 이적요.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
인생을 표현한 가장 적절한 문구가 아닐까?
그땐 참 대단했어! 나이가 들어 주고받는 술잔 속의 대화들 속에는 누구나 내세울만한 무용담 하나쯤은 있다. 그것이 과장되었건 부풀러 줬던 상관이 없다. 적어도 지금의 나이 든 세대에게는 그때로 돌아가고픈 욕망이 언제나 용솟음치니까 말이다. 한집의 가장이 되고, 부양가족이 생기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움츠려 들었던, 잊고 지내던 본래의 자신에 대한 기본적 갈망 그 비슷한 것이 알코올의 힘을 빌어 표출되는 거니까 말이다.
오늘 우리가 욕망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답답하시죠. 어느새 흰머리가 생기고, 머리숱은 적어지고, 이마에 주름은 늙어가고... 나이가 들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그럴 땐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욕심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밀어내어 버린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길을 나서야 한다.
누군가 그러더라
DO it Now 참 말하긴 쉬워도 행동하기엔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그럼 이렇게 답하지.
아직은 괜찮아!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계속 익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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