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국과 딱 들어맞는 영화가 있다면 더킹이다. 검사들의 전성시대다.
장, 차관의 절반이 검찰출신이고, 이미 대통령실 및 정부부처, 관련부서에 130명의 검찰출신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술 더 떠 다음 총선에서 검찰출신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거라는 소문까지 들린다.
여기에 전혀 어울릴거 같지 않은 정우성과 조인성이 검사라니.....
아웃사이드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두 배우가 검사! 이들이 검사라면 명석한 두뇌에 비주얼까지 겸비한 검사겠지만 난 지금껏 이런 검사를 보진 못했다.깐쭉거리는 고발사주의 피의자 한동훈이란 검새는 자주 본다.
더킹은 지금은 일반인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검찰세계의 현주소를 그린 영화다. 이런 검찰 세계를 그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건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양아치 같은 아버지 밑에서 학교에서 쨩 먹으며 양아치로 살아가던 태수(조인성분)에게 어느날 세상에 겁나 보이는 게 없던 아버지조차도 쩔쩔매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검사였다.
그 후로 태수의 목표는 검사가 되는 거였다. 태수는 열나게 공부했다.(학교 다닐 때 놀면서 공부해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얘들이 있었는데 태수가 그런 부류다.)
하여튼 운 하나는 끝내주는 놈이다. 서울대 법대에 떡하니 합격했고, 군대에선 줄까지 잘 서 후방으로 배치받았으니 말이다. 거기다 사법고시도 단번에 패스, 잠시잠깐 그냥 검사생활도 했지만 한강식(조인성)을 만나게 되면서 승승 장구 하게된다.
내가 역사야
이나라고?
한강식(정우성분)
20대에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검사로써 누릴 수 있는 엘리트코스를 두루 밟는 입지적인 인물이다. 마치 예전에 우병우 같은 존재랄까?
우린 사람들을 시선을 교란시킨다.센 걸 터뜨리는 것이다.우리는 이걸 전문용어로 야바위라고 한다.빨간콩만 봐야한다.하지만 사람들은 빠른 손기술과 화려한 언변에 곧 한 눈 팔게 되어있다.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곧 빨간콩이 어딩 있는지 찾을 수 없게된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여기에 염동철 검사(배성우분)가 태수와 한강식을 연결하는 검사로 나온다.
정의로운 검사 박태수는 여학생을 성폭행한 체육교사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 사건을 덮는 대가로 검찰내부의 한강식 라인에 합류하게 된다. 거기서부턴 일사천리다.
매일 30건이 넘는 격무 속에서 시달리는 99%의 검사들과는 달리 선택받은 1% 검사에 들은 한강식 라인의 검사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간다.
태수의 친구 최두일(류준열분)의 말처럼 그들은 늘 밝은 곳에서 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어두운 음습한 공작은 다 저지른다.
대형 정치이슈가 나올 때면 으레 등장하는 연예인 대형 이슈
거기에 이미 증거까지 확보된 사건들을 묵혔다가 적절한 시기에 터뜨리는 것
검찰이나 국정원 같은 정보조직에서 이제 아니랄 것도 할 것 없이 써먹던 정치공작들 아닌가?
우리 제발 정의나 자존심 따위 버리자
촌스럽게 왜 그러냐? 무슨 애야?
내가 또 역사강의 해야 돼?
그냥 권력옆에 있어 자존심 버리고
한강식이 정의와 현실사이에서 방황하는 태수에게 던지는 대사다.
친일 하던 놈들은 다 장관 되고 높은 자리 차지하지만,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은 국가에서 주는 연금에 목을 매고 살아. 이게 현실이야. 뭐 이딴 식의 대사
한강식이 말하는 정치 엔지니어링 '' 받은 만큼 갚아준다. ' 는 철칙대로 버림받은 박태수는 한강식에 배운 그대로 복수를 시작한다. 그리고 정치검사로서 배웠던 그대로의 방식으로 한강식과 염동철을 추락시킨다.
아무튼 재밌었다.
전두환 정권으로 부터 이명박 정권까지의 역사적 사실들과 검찰내부의 권력 헤게모니를 코믹한 소재들과 연결하여 영화 속에 담았고, 영화 초반 태수의 학창 시절을 그리는 과정에서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장면들, 그리고 빠른 극의 전개등 모든 게 맘에 들었다.
정치검사에서 야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당당히 선 박태수가 말미에 던지는 메시지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입니까? 이 대사에서 검찰이 직접 대통령을 만들려고 했던 초원복집 사건이 생각났다.
영화는 후미에 가장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현실과 타협하며 무덤덤하게 살아왔던 현대의 기성세대들.
우리는 이제 생각을 해야 할 때이다. 박태수의 대사처럼 최종선택의 몫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어쩌면 그놈이 그놈일지도 모르며, 우리는 그놈들 중에서 제일 제대로 된 한 명을 또 선택해야 한다. 결국 그들을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연, 학연, 혈연에 매몰되어 똑같은 그놈들을 계속 뽑아준다면 우리는 또 지난 전철 속에 머무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국민 스스로가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써야 한다. 더 이상 그들만의 나라 그들만의 역사가 반복되는 세상을 멍하니 체념한 채 바라봐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입니까?
대한민국의 왕은
바로 선택권을 쥔 우리 자신, 국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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