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을 잡고
< 시작의 끝에서 >
그럭저럭
또 한해의 끝
그냥 그냥 살다 보니
더 얻은 거도 없지만
더 잃은 것도 없다.
나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으니
중용의 삶이라 대놓고 말한다
어떻게 사느냐고 물으면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곤
잘 산다 밖에 없지만
때 되면 먹고
잠 오면 자고
시간 나면 소일거리를 찾으니
누가 봐도 특별한 삶은 아니다.
악쓰고 살지 않으니
피 마를 일 하나 없고
누구나 있을법한 고민거리
누구나 가질법한 걱정거리
나도 몇 개 가지고 사니
특출 난 삶도 아닌 것이다.
작은 집이니
따로 누굴 부리지 않아 좋고
가진 게 적으니
잃을까 염려함이 없어서 좋고
좋은 걸 모르니
있는 게 최고라 하니 그 또한 좋다.
누가 물으면
잘 산다고만 한다.
저어 될 일 하지 않으니
숨겨야 될 거 거의 없으니
속 편하게 잘 산다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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