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뒤척이다 가본 곳.
그곳에서 하루를 갈무리하는 태양과 이제 막 일터로 나온 달과 조우한다.
경천섬의 일몰을 보기 위해 방문한 창룡사
차 한 대 지나가기도 버거운 산길을 10여분 달리니 청룡사가 있었다.
다시 45도 경사길을 10여분 더 올라가서야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태양은 서서히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몇 컷 찍는 사이 해는 순식간에 산너머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나서야 둘러보는 경천섬과 주변 풍경들
역광의 눈부심으로 잘 볼 수 없었던 주변 모습이 해가 진후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 상주경천섬일몰 시 >
태양이 하루의 들숨을 거두면
달은 잉태의 날숨을 몰아쉰다
태양은 달이 꾸는 꿈이고
달은 태양이 꾸는 꿈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같이
로미오와 쥴리엣의 함께할 수 없는 사랑처럼
한 공간에 결코 양립할 수 없는
태고의 숨들이 그들을 메우고 있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바로 해와 달이 조우하는
찰나의 이 순간이 아닐까?
다시 인근 경천섬 전망대로 향한다.
불빛 없이는 한 치 앞도 알아보기 힘든 어둠사이를 걸어간다.
어둠 속에서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야수처럼 어두워진 반대편을 응시한다.
하나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달이 일과를 시작하고 밝혀진 불빛은 땅 위로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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