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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 가볼만한곳 ] 아픈 상흔이 배여있는 남지 개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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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남지 개비리길

세월에 아랑곳 하지않고 농부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이런 장면을 조우하게 되면 도움은커녕 한량처럼 돌아다니는 거 같아 내심 미안함이 먼저 생긴다.


남지 개비리(국가지정문화재 명승정, 2021)는 용산마을에서 영아지 마을에 이르는 옛길로 개가 다닌 절벽(비리)또는 강가(개) 절벽(비리)이라는 뜻을 가진 임란시 기음감전투의 역사적 현장이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가 활동한 의병 전투지로 징비록에는 곽재우가 왜선 14척을 기음강에서 격퇴하였고 이는 임란사상 의병 군의 첫 승리였으며.이후 강안에 매복한 의병 군이 왜선 40여 척을 포획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 수위를 속여 왜군 스스로 강을 건너게 해 전투를 승리로 이끈 걸음강전설도 함께 전해진다.

이곳은 6.25 때 낙동강방어선의 격전지였는데 개비리길로 드는 창나루주차장 입구에는 이를 기념하고, 당시 영웅적 공로로  명예훈장을 받은 미합중국 육군상사 어니스트 R. 코우마의 영웅담이 소개되어 있다.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겠다. 이수복 시인의 봄비란 시다. 개비리길에서 가졌던 처음 느낌이다.


남지는 낙동감과 남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인데 이곳에 수양벚꽃이 한창이다.


네비에 남지개비리길을 입력하면 바로 찾을 수 있으며, 남지수변공원 끝 억새전망대에서 약간 걸어 들어가면 이쁜 벚꽃길 개비리길을 만날 수 있다.


삶이란 정답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오답을 지워가는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과 길은 많이 닮아있다.


강의 숨결을 따라 흘렀던 노슬길(노을과 이슬의 길)이 시간 속 아린 기억을 품은 채 지금은 행복한 웃음을 내어놓고 있다


< 개비리길에서 > 이즈쓰다

한때는 유혈 낭자한
시체더미 뒹굴던 개비리
주먹밥을 먹었었고
새우잠도 청했던 곳
속눈물 훔쳐가며
정든 고향 버리는 이들
개기 잡이 남편 그리며
망부석 된 아낙이나 지났을 법한
흔히 댕기는 편한 길은 아니었을 터

길이름도 요상하다
안성맞춤이 별거인가
요기 때우는 밥상도 되었다가
육신 뉘는 잠자리도 되었다가
자리 없는 주검들 길무덤도 되었겠지
어떤 때는
개나 다니던 임도였다가
길 바쁜 장사치들 지름길이었고
기음강 배손들 샛길 정도였겠지

한 많은 사정 말로야 다할까
알기는 하는지
알 수는 있는 건지
억새는 알고 있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쉭쉭 소리 내며 통곡할 일 없겠지
강물은 알고 있음이다.
흘러 흘러 모이다 보면
개비리길 소문 익히 들었을 테니

배곯던 보리고개엔
꺼질라 깨금발 하고 다녔을 텐데
아는지 모르는지
눈앞이 호사롭기 그지없으니
꽃만 보고 뚜벅뚜벅
신바람에 터벅터벅
옛것이야 까마득해도
이 순간이야 무릉도원이니
마음 한편 내어준다 한들
흉이 될게 무어라


미소 짓고 있지만 아픔이 배여 한이 서린 강가 절벽길 어드메 내가 서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벚꽃에 취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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