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대구 달성습지는 자욱한 안개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 달성습지에서 >
아침빛이 나타나기 전에는
그곳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알 길이 없다.
숨고 싶을 땐
달성습지로 가라
있고 없음의 구분도
이쁘거나 그 반대의 경우나
문제 될 게 없다.
단지
일어설 수 있는 자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그게 싫으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서러운 자
그래서 울고 싶은 자
막 소리치고 싶은 자
이곳으로 와서
울고 웃고 소리쳐라
안개가 있는 동안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 토해내고 나면
편해질지 모른다.
답답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안개가 걷히기 전에는
누가 왔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안개는 소문내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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