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하다 말할 정도로 단풍이 물들고
애잔하다 싶을 정도로 낙엽이 지고 뒹군다.
사진을 찍으면서 바뀐 게 뭘까?
아마 살아온 시간 동안 다녀본 곳보다 더 많은 곳을 다녔다는 것일 것이다.
아침 물안개의 몽환적 느낌에 홀릭하기도 했고, 불빛 찬란한 도시의 밤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였다.
이름도 알지 못하던 야생화를 찾아다니고, 하늘의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진 못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프레임 속에 그려낼 수 있기에...
그건 그 자체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임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곳을 하루거리에 두고서 지금에서야 와 보았다는 사실들이 지나간 시간까지 아깝다고 생각되니 말이다.
무언가에 빠지면 참 행복하다는 말 실감이 난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신비로운 세상으로의 여행과 같은 것이다.
내가 늘 만나고 마주하는 사람, 매번 보는 풍경들과는 다른 사람들을, 다른 풍경들을 다른 시선으로 만나는 것이다.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차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떠나려니 모든 게 걸린다고...
시간, 비용, 가족, 일 etc.........
그런 사람들은 결코 떠나지 못한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다른 공간들이 같은 시공 안에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세상에 작별을 고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며칠 없다고 해도 세상은 그냥 돌아간다. 이건 확실한 팩트이다.
수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나라에서 수억 개의 모래알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일 뿐이다.
단지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는 자기 우물에 스스로 갇혀있는 것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떠난다는 건 비싼 경비를 들여 떠나는 장거리의 여행 같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의미이다.
가벼운 산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들은 집밖으로 나서는 순간 우리의 여행이 이미 시작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짬을 이용해 가보고 싶은 곳과 이동경로를 검색하고 주요한 포인트를 확인한다. 설레는 시간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지도 모른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어볼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른다.
떠난다는 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입장권을 샀다는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기대에 못 미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꿈꾸지도 못하는 가능성을 시도해봤다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는 결과를 모르기에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후자는 행복하게 웃을 것 같다.
찰칵!
나는 내 삶의 소중한 경험들에 느낌표를 찍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물음표만 찍다가 굿바이를 외칠 것만 같다.
가다 보면 그건 또 누군가의 길이 되고, 오래도록 남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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