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저수지(창고글)
계절을 말해주듯 오색단풍이 자연에 수를 놓고 있다.
물안개가 없으면 어쩌지? 내심 걱정 되었지만 그건 곧 기우였음을 잠시후 알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국도를 30분이상 달려 문광저수지 도착
기대와 달리 너무 짙은 물안개는 불과 몇십미터 앞도 분간못할 정도로 가득했다.
걱정은 잠시 신기하게도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짙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며 신천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문광저수지에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고 한다.
이번 주말쯤 난리 나지 싶다.
은행나무도 나무지만 이곳이 관심을 끄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물안개 때문이다.
물안개 핀 문광지의 아침은 경이롭다. 아니 환상적이다.
물위로 깔린 물안개의 자태가 드러났다.
마치 라오넬 메시의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처럼 바람은 물안개를 자유자재로 몰고 다니며 현란한 수중쑈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저수지에 있는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 문광지의 아침 > 이즈쓰다
잿빛 어둠이 산 허리를 감아 눕고
인적마저 끊어진 채 잠들어 있는 시간
천년살이 은행나무 병풍삼은 우물터에
솜털처럼 뽀얀 신비함이 피어오른다
지나가던 바람도 숨죽인 채 머무를 때
적막했던 물결 위로 여명이 등을 켠다
어제낮의 열정과
지난밤의 냉정이
간밤에 불타는 연애를 하여
비단처럼 매끄럽고, 명주처럼 고운
순백의 2세를 낳았나 보다
옥수물처럼 청아하고
아침빛처럼 은은하니
이름하여 물안개라
천의로 만든 강보에 싸여
스멀스멀 얼굴을 내미니
신기하다
문광의 물결 그네 태워 등을 밀어
우물가 동네방네 인사를 시키니
소리도 없는 잔잔한 미소가
고요한 아침을 깨운다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풍경이라 마음이 분주했다
소리 없이 강한 게 물안개 아닐까?
어느 순간 나타나 혼을 빼놓고 순식간에 없어진다.
해가 뜬다.
저수지 수면에 햇빛이 부딪혀 오묘한 색을 빚어낸다.
짧은 시간덕에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곳이 문광지이다.
날이 밝으면 서서히 아름다운 문광지의 실체가 드러난다.
연신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물안개는 강위로 올라 은행나무길 사이를 가득 메웠다.
안개 탓으로 시야가 좁아졌던 은행나무 사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천년살이 은행나무다.
백살사는 사람의 수명은 천년살이 은행나무에 비유하면 고작 열 살을 사는 것이다.
왜 은행나무가 노랗게 염색했는지 아세요?
살날은 독야청청 남았건만
너무 오래 살면
자식들도 싫어하는지라
나이 들어 보이지 않으려고
백발의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서 그랗다네요.
천년살이 은행나무는
그래서 매년 나이가 되면
노란색으로 머리에 물을 들인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
저 멀리 떠나가고 있네요 또 하나의 계절이
하나 둘 사람들이 저수지 주변의 은행나무길로 몰려든다.
가을은 즐기는 사람만이 누릴수 있다.
그틈에서 나 또한 가을날의 일기 한편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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