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에 오고 보니 > 이즈쓰다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바람처럼 시간은 가까이 왔고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지 않던 거울을 본다.
얼굴 구석구석엔 주름이 벌써 터를 잡았고
복근보다는 다소 튀어나온 뱃살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게
시간이라는 무게추인가?
정신없이 살다보니
세월은 어느덧 인생의 절반쯤에 와버렸다.
마지막달 12월도 딱 그만큼 와있다.
수많은 메모와 일정으로 가득 채워진
책상 위 달력엔 더 이상 적을 공간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13월이 없다는 게 12월의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더 안타까이 느껴지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랬다. 누구에게나
허락된 시간 안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되풀이해 왔다.
한해의 끝을 조심스레 더듬어본다.
다사다난 [多事多難] 했다고들 하지만
다사 익선 [多事益善] 해서 내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안 마시던 소주라도 딱 석 잔만 해야겠다
첫 잔은
다들 어렵다지만 대견하게 버터 준
나와 가족들을 위하여.
두 번째 잔은
친지들과 친구 지인들을 위하여.
세 번째 잔은.
다른 이를 위하여 수고하는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매일매일이 똑같은 아침이지만
당연한 이 일상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는 알 수없다.
오늘이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이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어 보이지만
존재하는 한
분명 우린 의미 있는 세상의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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