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오는 길 > 이즈쓰다
가을은
내가 무심히 보냈던
시간을 씹으며 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작열하던 태양 아래에서
안으로 쉴 새 없이 요동쳤던
모세혈관의 투혼이 없었다면
잎은 붉게 물들지 못했을 것이고
숭고한 생명의 존엄은 잇지 못했을 거다
가을은
내가 함부로 넘겼던
시간을 밟고 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삶의 뒤안길에는
땀, 눈물, 기쁨, 슬픔, 사랑, 이별 같은
삶의 언어들이 뒤엉켜 있을 것이다
그것들로부터
또 한 계절이 닫히고
한 계절이 열리는 것이다.
그 경이로움의 처음과 끝에는
마지막 잎새 한 장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채
망설임없이
무모한 배팅을 하던
우리들의 肖像(초상)이 있다.
신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거룩한 사랑의 이름으로
쉼없이 고뇌하면서도
삶을 놓지않았던
우리들의 肖像(초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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