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짧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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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세상
#구미 이모저모

< 길고도 짧은 여행 > 이즈쓰다

세상은 언제나처럼
공구르듯 돌고 또 돌았고
오늘은 멀쩡한 하늘에서
날벼락이 칠 줄 알았는데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더라고요
머피의 법칙이 존재한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던 거죠

어느 순간 답답해지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는 거조
앞만 보고 한참을 달려가다
멈추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같은 길을 달려왔다는 걸 알게 되죠
소풍을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언젠가는 가야 할 그곳으로
아주 긴 소풍을 가고 있는지도요

자전거 축에 나를 얹고서
달려보면 알게 되죠
모든 게 내게로 달려들어요
풀도 꽃도 나무도 사람들도
까마득하던 산과 강까지도
눈뜬 하루는 항상 두려웠고
알 수 없는 미래는 더 두렵지만
여전히 나는 달리고 있는 거예요

말 안 해도
때 되면 피는 꽃처럼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부지런히 꽃을 쫒는
벌처럼 나비처럼
마음이 가는 방향을 쫒을 거고
그러다 보면
주어진 시간도 끝에 이르겠죠

그때 내리는 거죠
그 끝이 바라던 게 아니더라도
잠깐 동안이라도
물살을 역주행하는 연어처럼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고
그 길고도 짧은 여행이
꽃보다 아름다운 삶 같았다면
그 또한 나쁘진 않을 거 같아요
꽃 지듯 사라지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