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연대기
갑자기 불이 나갔다. 어둠 속에서 우린 약속이나 한 듯이 초를 찾아 허둥댔다. 어럽게 초를 찾아 성냥에 불을 붙여 초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순간 환하게 보이는 얼굴에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 유년시절의 남아있는 기억들 중 일부다. 어둠이란 무서움,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였고, 촛불은 그것을 털어내는 마지막 희망 같은 거였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엔 초가 들리고, 촛불이 켜지고 있었다. 촛불을 든 그들의 얼굴에서 난 희망을 보아야 했지만... 그들도 나도 그 희망을 아직 찾지는 못했다. 여전히 주변은 어두웠고, 우린 또 촛불을 찾아 헤매었다. 어쩌면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주인공처럼 비상구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린 어느새 검정과 흰색의 사이에서..
좋은생각/짧은 단상 긴 여운
2023. 11. 27.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