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밟기
이즈쓰다 집시 같은 바람이 들꽃 사이를 지나갈 때면 그중에는 바람과 눈 맞아 흔들렸던 들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 가는 대로 바람을 따라나선 들꽃이 있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 없다. 모든 걸 소유할 수 없다는 걸 들꽃은 이미 알았을 것이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많은 것들을 보내고 나서야 그중의 작은 부분이 내 옆에 남고 그것들로 인해 내 삶이 보석처럼 빛났음을 안다 내 안으로 받아들인 것보다는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한동안 머물렸지만 지금은 없는 것들 조만간 떠나갈 것들... 생각하면 내 안에 속한 거 보단 없어져 버린 게 더 많았다는 사실들 모닥불, 캠프파이어, 오래된 LP판, 고회 엑셀자동차, 곰인형, 낡은 만년필 장지갑, 미정이, 파란색 티셔츠, 처음입은 청바지, 혜미, 가을..
좋은생각/짧은 단상 긴 여운
2023. 9. 1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