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늪속에 들다
이즈쓰다 어제는 고운 화장 시작한 잎새에 빗방울 사르르 스며들었고 오늘은 성숙한 이삭들 허리 사이로 꽃다운 코스모스 머릿결 위로 하늬바람 사랑사랑 불어오더라 가을은 낮은 곳 길바닥 물웅덩이 안에도 샤방샤방 색으로 수채화를 그린다. 가을 참 사랑스럽다 너는 한껏 이뻐져라 나는 맘껏 희롱할 테니 동시에 나는 싸리비 하나 틈틈이 엮고 있다 가을 깊은 어느메쯤 질투심에 눈먼 북녘으로부터 스산한 소슬바람 심히 불어와 네 모습 사방으로 흩어 놓으면 온전히 쓸어 모아 담기 위해서 너는 맘껏 어질러 놓아라 싸리비는 튼튼하고 메모리는 채우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고 여유 있으니... 나는 가을늪속에 빠져 헤어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좋은생각/짧은 단상 긴 여운
2023. 9. 9.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