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과 말이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
어떤 장군이 자신의 말에게 화살과 달리기를 하여 이기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하자 말이 젖 먹던 힘까지 내어 달렸으나 결국 화살에게 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 말이 목이 말라 마시던 우물이름이 마비정이다.
마비정이 있던 마을이름을 따 마비정벽화마을이 생겨났다.
말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나지만 더 관심을 끄는 건 마을 담을 타고 그려진 벽화들이다.
마비정 벽화마을에서는 어린시절을 추억할만한 벽화들이 옛 기억들을 불러낸다.
여기에 구석구석 동심으로 젖어드는 옛 마을의 정취들
보는 것만으로도 빙그레 웃음이 나는 옛 기억들
마비정의 벽화속에서 추억에 잠기었다가 며칠 뒤에 찍어온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 한번 옛 생각에 잠기고 만다.
말보다도 말을 이긴 화살보다도 빠른 게 세월이라더니 어느새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마침 들려오는 김광석의 노래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었는데 말로 풀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가슴 안에 와닿는 노랫말이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있구나
그렇게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사라져 간다
내 몸이 큰 만큼
기억은 작아지기만 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현재는
흔적의 일부만 남겨놓은 채
붙잡을 틈도 없이
재빠르게 멀어져 간다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담배를 피울 때의 호기심과
행여 들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옥상 입구의 벽에 기대어 있다가
작은 소리라도 날라치면
피우던 담배연기를 잡으려던 그때
잡힐 것 같았지만
결코 잡히지 않았던 담배연기처럼
항상 간발의 차이로 사라져 버리는
옛 기억들
친구들이 떠난 빈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볼 때의 허탈함
기억날 것 같으면서도
기억나지 않는 사라져 버린 추억들
그랬다
머물러 있는 줄만 알았는데
시간은 혼자 가는 법이 없이
망각이라는 기억상실을 놓고 간다
그렇게 보면 서른 즈음에를 발표한 김광석의 노랫말이 조금은 이해된다
머물러 있는 건 없었다
노래에 묻혀 그는 그걸 잊었던 게 아닐까?
사랑했던 아내의 배신도
고뇌하던 20대의 청춘시절도
어쩌면 우린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회상에 빠져 있을 때쯤
담장 너머 피어난 살아있는 나리꽃이 한층 기분을 up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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