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구 리트로 카페 쎄라비 음악다방

본문

#쎄라비음악다방
#그게 인생이다

나이를 먹어가면
얻는것도 많은 대신에
또 잃어가는것들도  있지


이종환, 김기덕 같은 전설적인 디스크쟈키들이 아직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던 85년쯤이었을 것이다. 음악다방을 처음 알았을 때가...
음료티켓을 끊고 들어가 테이블 앞에 놓인 메모지에 음악과 사연을 적어 DJ박스 안으로 넣어주면 얼마 후 DJ는 그걸 잃어주고 신청음악을 틀어준다.
요즘의 짤막한 감동 글귀와 시구들이 안부와 감사 같은 멘트들이 감미롭게 들려왔고, 그래도 수줍음이 많았던 시절. 친구하고 싶은 청춘남녀들의 연애편지를 대신 전해주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잘되면 다음 코스는 근처 제과점. 가난한 시절 우유와 단팥빵이 전부였지만 마음 가득 설렘을 가져준 시간들


붐을 타고 우후죽순 생겼던 음악다방
경양식집, 제과점, 다방이란 용어들은 레스토랑, 파리바게트, 카페 같은 고급진 언어로  바뀌었지만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소환할 수 있는 기억들
시간은 과거를 훔쳐가지 않는다
과거는 남겨놓고 가지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 추억할 수 있도록


학교 앞 떡볶이와 갤러거, 람보와 록키, 같은 영화와 전영록과 잠자리안경, 일자바지와 통바지  유리벽 J에게 슬픔의 심로, 미드나잇 블루, 로라브레니건, 스티비원더, 영화 백야와 라이오넬리치 say you say  me, 식지 않은 라붐과 리처드샌드슨의 감미롭던  reailty, 휴대용 마이웨이와 허름한 군용 야상과 항공잠바가 유행의 한편에 섰던 밀리터리룩. 닭장이라 불리던 나이트장을 뒤흔든 신디로퍼의 she bop.... 그리고 롤러스케이트까지

현재는 과거로 역주행하진 않지만, 귀소본능이랄까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건 어쩌면 안녕이란 말이 너무 와닿는 나이여서가 아닐까?
세라비 나처럼 살았다 그게 인생이다.


옛날이란 용어가 좋아진다는 건 어쩌면 꼰대가 된 건지도 모르지만 영감님이란 30대의 당돌한 발언에도 한껏 너그러워지는 건 니도 순식간에 할머니 된다는 확신 때문이다. 어차피 정해진길이니
세라비 하게 사는 거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걸 알 때쯤 아쉬운 안녕을 고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마저 관대해질 수 있는 게 시간이 만들어놓은 현재의 자신인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