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행복한 5월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 가정의 달은 맞긴 맞은 모양이다.
더구나 석가탄실일까지 겹쳐있으니 사랑으로 시작해 은혜와 용서로 하나 되는 가정의 달이긴 하나 봅니다.
단지 5.18 민주화 운동의 아픔만 아니라면.....
한세대를 훌쩍 넘겨버린 아픈 현대사지만 아직까지도 5,18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일부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때의 아픈 흔적이 치유되지 않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10.26과 12.12쿠데타 그리고 5.18 당시로선 한쪽은 승자가 되고, 한쪽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의 또 다른 비극일런지도 모른다.
1986년 광주민주화 사진전을 보면서 먼 나라 이야기였던 광주는 그렇게 다가왔다. 농민가, 해방가, 오월등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밤새도록 막걸리를 마시고, 신나는 율동가락에 맞춰 농민춤, 해방춤을 추었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렇게 20대의 초중반이 흘러갔고, 이제 벌써 또 한세대의 시간이 나를 뛰어넘어려한다.
지금은 좀 더 중립자적 위치에서 역사를 바라보려 하다 보니 한 번쯤은 5.18 현장에 있었던 진압군의 입장도 약간은 이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소수의 인물들에 의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아픈 현대사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분명 되풀이해서는 안될 역사 우리가 5.18을 잊지 말아야 하고, 민주화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또 다른 이유다.
5.18을 소재로 한 영화 몇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5.18 당시 군인으로 의도치 않은 살인을 하고 인생이 꼬여버린 한 인간의 이야기. 삶의 한순간의 경험이 때론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 영화가 있었다.
"나 돌아갈래 "
영화 한 편의 모든 내용이 초입부의 기차와 맞짱 뜬 주인공 영호의 이 한 마디에 압축되어 있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설경구, 김여진, 문소리가 열연한'박하사탕'이다.
미친 소녀와 한 남자의 이야기
광주민주화 운동 이후의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학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 바로 '꽃잎'이다.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이정현이 1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들린듯한 미친 소녀역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죠. 여기에 문성근의 연기 내공까지 덧붙여졌으니..
5,18 당시 가족을 잃은 한 소녀의 삶이 우릴 애잔하게 만든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한때 보통사람이라는 단어가 유명했었죠. 보통사람 이고자 했던 사람들이 폭도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보여주었던 영화 '화려한 휴가'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가 열연했었죠. 소시민의 시각으로 광주사태를 잘 표현한 반면 실화에 근거해 만들었다는 영화 도입부의 설명과 달리 다소 과장되고 왜곡된 면도 있다는 비판도 받았었죠.
광주사태로 가족을 잃고 26년간 고통과 아픔을 잃고 살아온 이들이 복수를 위해 당시의 주범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소재로 한 영화죠.
암살이 성공했으면 했는데.... 역시 전두환 목숨 질기더군요.
당시 대세배우 장광이 전두환 역으로 나왔었죠
진구, 심혜진, 2Pm의 임슬옹이 연기했고, 초반의 전개와 달리 후반부 암살을 너무 질질 끄는 게 아쉬움을 주었죠.
그리고 천만관객의 영화 택시운전사
1980년 5월의 광주는 그 이후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 연장선상에 있는 아픈 과거사 이기도 하다.
1979.12.12 또다시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신군부
그들의 권력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였고, 그들은 쿠데타를 확고히 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광주를 선택했었던 것 같다. 어수선한 안개정국하에서 신군부는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민주화 시위를 조기에 누그러뜨릴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해방 후 무자비하게 진행되었던 이념을 결부시킨 빨갱이 사냥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힌츠페터는 2016년 타개하기 전까지 당시 자신을 광주까지 실어 나르고, 광주의 참상을 세상밖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 김사복이란 택시기사를 만났으면 했다 한다. 끝내 만남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광주사태를 다룬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등앞서 소개된 바 있는 영화들.
박하사탕은 진압군인의 입장에서, 꽃잎과 화려한 휴가, 26년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당시 상황과 그 이후의 삶들을 조명했죠. 안타까운 건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이죠. 하지만 광주사태라는 실화를 소재를 기본으로 하지만 픽션적 경향이 강한 영화였었고 택시운전사는 이와는 차이가 있다.
택시운전사는 당시의 상황을 가해자였던 계엄군도 피해자였던 광주시민도 아닌 제삼자의 관점에서 시간순으로 이어가는 논픽션 영화색이 짙다는 점이 특이하다.
여기에 송강호의 원맨쑈 같은 연기력, 유해진, 류준열의 울리고 웃기는 명품연기와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의 표정 연기가 합쳐져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소재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갔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그 피해자들의 위에서 살고 있는 양심에 털 난 인간들은 지금도 존재하고 잘 먹고 잘살고 있고요.
어제인가 전두환의 충견이라는 장세동이란 놈 기사 보셨죠. 아직도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하는 놈이죠.
그런 까닭에 과거의 역사지만 역사는 ing 중이라 하는 걸까요? 한 편의 입장에서 역사를 쓰다 보면 언제나 억울한 일방의 피해자가 생기죠. 어쩌면 5,18 왜곡에 앞장섰던 지만원이나 일방의 시선에서 모든 걸 정의하는 조갑제 같은 부류들은 측은함마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미래의 설계도 이기도 하다.
우린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른길을 모색하기 위한 전초단계로써 역사를 배운다.
택시운전사란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도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주장들에 대한 논리적 허구성을 반박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도 보인다.
5,18 또한 아직도 ing 중이라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픈 과거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는 그들의 영달과 권력을 위해 국민들을 희생물로 삼는 위정자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현대를 사는 우리가 현재의 안락에 취해 바른 것에 침묵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정말 그들이 말하는 개 돼지로 치부되어 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순국하신 영령들과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숙연함을 느끼며, 당시 불가피한 진압명령 수행도중 유명을 달리한 장병 여러분들에게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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