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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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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님의 영면을 빕니다.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하나 띄우지 못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해가 모란동원으로 이장되었다. 생전에 너무나 많은 일을 했지만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고 그의 선한 행적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탄을 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의 행동이 정당화 될 순 없지만 한편으로 나라를 팔고도 떳떳이 고개 쳐들고 사는 자들은 차고 넘치는데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아니하고 그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데 일순간 화가 난다.

깊이로 말하자면 물보다 깊지만,아직 이 땅은 눈조차 녹이지 못할 팍팍한 땅일 뿐이다..

그들이 외치던 봄은 아직은 먼 동토에서 부르는 노래일런지도 모른다.

한평 남짓한 차가운 땅 아래에서 그들은, 그들이 기다리던 봄을 아직도 목놓아 외칠는지도 모를 일이다

모란공원의 민주묘역 열사에는 그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찬바람을 몸으로 맞은 이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가까이는 문익환 선생, 김근태 선생부터 전태열, 박종철 열사까지,,,, 어떤 이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할지도 모를 이 땅의 못다 핀 영혼들이 잠들어있다.

조화 몇 송이와 비석, 간간이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그들의 외로움을 잠시 달래어 줄 뿐이다.

모란공원 민주열사 추모비 비문엔 이렇게 적혀있다.

만인을 위한 꿈을 하늘 아닌 땅에서 이루고자 한 청춘을 누웠나니. 스스로 몸을 바쳐 더욱 푸르고 이슬처럼 살리라던 맹세는 더욱 가슴 저미누나. 의로운 것이야말로 진실임을 ,,,, 중략 지나는 이 있어 스스로 빛을 발한이 불멸의 영혼들에게서 삼가 불씨를 구할 지어니.....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는 그들의 희생 위에서 쓰였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지는 것들은. 그들이 누리고자 소원했으나 가져보지 못했던 것.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 더 나은 미래는 그들의 주검 위에서나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혜택을 입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책임이자 의무로 대물림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런다. 살기도 힘든데, 정치얘기 그만하자고....

하지만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바뀔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다.

묻힌 그들이 꿈꾸었지만 결국 누리지 못했던 세상.

우린 모든 걸 누리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모순과 부조리 투성이다. 이제 되었다는 건 내가 불편하지 않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마치 복권 당첨의 확률처럼 내가 불편해지는 상황에 당첨되지 않으리라 확신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면서 결코 만족스럽지도 편하지도 않은 삶에 불평을 연신 토해낸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어제 우리를 대신해 죽어간 그들이 간절히 살기를 원했던 평범한 삶의 일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없는 것 가질수 없는것 빼앗긴 것들을 바라보기보다는

정말로 가진 것이 적고 초라할지라도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만 바라보자

그것이 없었더라면, 안 계셨더라면 가정해 보고 감사하자.

오늘 나는 살아있고, 혼자서 숨 쉴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살아있어 참 감사한 오늘이다.       <노동운동가 이정미 님이 남기신 메모 중에서>

 

묘지의 한쪽 모퉁이에 서있는 비문의 글귀가 가슴에 시리도록 와닿는다.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인 것 같았다. 살아있어 참 감사한 오늘이었지만, 그들은 그럴 수 없었던..

우리가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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