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운곡 서원
#은헁나무
조선 정조 때 경주 향내 유림들과 전국의 후손들이 이곳에 추원사를 세우고 고려 개국 공신인 안동권 씨 권행 선생과 충민공 권산해, 조선의 학자 권덕린을 배향하다
대원군 때 서원 철폐령으로 방치되던 것을 후에 중창하여 운곡 서원으로 개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원 뒤편에는 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370년 은행나무가 있다.
앞에 온 사람들이 다 가져가 내게 허락된 건 별로 없었지만 이거라도 너 하라며 내게만 민낯을 보여주었다.
<은행나무 앞에서>
계절은 하나둘씩
흔적을 지워 나간다
화려한 무대를 내려와
분장을 지우는 배우처럼
산은 화장을 지우고
뭐가 그리 급했던지
분신 같았던 나뭇잎도
휩쓸리듯 나무품을 떠난다.
안으로 움츠리며
겨울잠 청할 때인데
생각 없는 바람이
가지를 마구 흔들 때면
아직 놓지 못한
욕정을 다 떼어내려면
한동안 더 흔들려야 한다며
나무는 애써 태연한 척한다.
맘이 쓰리고
가슴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작별을 고하고 있다.
나무 밑동을 타고
뿌리까지 흠뻑 젖은 건
울고 있는 것이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것이다.
나무가 그러더라
내가 큰 어른일 때
너는 고작 갓난아기였으니
아프며 배우는 삶을 모를 거라고
눈물로 아픔을 삭이는 중이다.
놓는 게 많을수록
쥘 것은 많아지는 거라며
침묵의 흐느낌을 잇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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