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많이 늦었던 추수철이다.
< 들녘에서 >
하늘을 지붕 삼고
대지를 바닥 삼아
한여름 견딘 벼들이
누울 자리를 아는지
연신 고개를 숙여대면
덩달아 들녘도
가을걷이로 들썩인다.
한 벼 베고 막걸리 한잔 걸치고
또 한 벼 베어 연신 웃을
주름진 농부의 멀 굴을
보지 않는다고 어찌 모르리
예전보다 편해지고
손 덜 가는 농사라지만
많은 비에 쓰러지지는 않을까
무더위에 말라죽지는 않을까
나쁜 병이라도 옮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농심은 같이 타들어 갔을 건데
추수의 기쁨도
대풍의 성적표도 잠시
미덥은 수매가에
한숨이 절로 나도
한세월
도회지 나간 자식
학비, 생활비 뒷바라지로
손자손녀 쪼막손에 쥐어줄
꼬불쳐 놓은 쌈짓돈이 되니
이까짓 힘듦이야
못 참을 만 하겠소냐
허리 편 시선 너머
들녘 가르는 열차는
옆집 개똥이도
재 너머 갑순이도
태워 가버렸지만
윗동네 친구 놈은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케케묵은 믿음을 위안 삼아
나처럼 발 빼지 못한 채
예까지 왔었는데
그 마저도 지금은
얼마나 더 할 수 있을런 지
자신하기도 힘들밖에
에헤라디야
그래도
땅은 농부를 버리지 않고
해마다 누런 황금을 안겨주니
환산하면 금덩이만 못하지만
가치로 따진다면 어디에 비할쏘냐
열차는 무심한 듯
쏜살같이 내달려도
농심은 제 업인 듯
땅을 버리진 않겠지
투기만 아는 이들이
땅의 소중핟을 어이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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