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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면 와닿는 잠언같은 책 ~ 흔들리지 않고 피는 마흔은 없다.

문화,연예/책과의 대화

by 이즈원 2024. 9. 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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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때 제가 읽었었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애독되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책의 몇 구절만 들려주면 어디선가 들은듯한 글에 공감될 수밖에 없기에


마흔은 그냥 아픕니다
휑하니 구멍이 난 것처럼 가을 한 자락 바람에도 가슴이 시려옵니다
돌아보면 소중한 것들을 곁에 두었기에
아프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마흔,
그것은 먹먹한 한숨입니다
눈물이 뒤섞인 가슴을 들킬까 봐 무서워
감추고 있는 시린 한숨입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습니다 고뇌의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가는 마흔은 없습니다. <표지글 >

이 시대 중년은 힘들다.

한집안의 가장으로서 아내로서 주어진 막중한 의무감과 책임감 때문에 예전 같지 않은 건강에 대한 적신호의 두려움으로, 갑자기 찾아오는 갱년기(제2의 사춘기)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으로 이래저래 힘들다.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고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할 때로는 고독함이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늘 그 자리인 것 같고 밖으로는 상사와 주변인들 눈치 보느라 안으로는 가족들 눈치 보느라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많은 중년들을 위해 쓰인 것 같은 김병수(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님의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라는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지금 지친 당신에게 또 다른 희망과 앞으로 살아가면서 얻게 될 소중항 가치들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큰 맥락으로 구분되는데 앞부분에서는 생애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은 중년의 속내를 여러 사례들과 함께 제시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이기 때문에 삶 속에서 터득하고 깨닫게 되는 지혜들과 소중한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처음 서점에서 오래간만에 책 한 권 읽어보자는 맘으로 제목이 맘에 들어 구입했으나 너무나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다시 한번 더 책을 펼쳐보게 만들었다

중년이기에 겪게 되는 삶 속의 힘든 시련들, 자식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부부관계마저도 예전 같지 않고, 뭔가 어긋난 것도 아닌데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는 자괴감 때로는 삶에 대한 회의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 갱년기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공황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과 돌파구를 이 책에서는 제시하고 있다.

중년이기에 생기는 변화 그것이 가정이건 직장이건 아니면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든 인생에는 그 나이가 되지 않고선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의 20,30대가 겪는 좌절감, 방황 아니면 40대가 겪고 있는 공허 의무감 아니면 50대가 겪는 외로움, 쓸쓸함, 불안감들.

앞선 선배가 걸었던 그 길을 지금의 20대도 자연스럽게 맞이할 것이고 또 앞세대가 그런 것처럼 지혜롭게 넘길 것이다. 물론 개중엔 낙오되는 이도 있겠지만.... 

저자는 애초에 어머니의 자궁에 자리를 잡았던 사람이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자리를 잃버버리고 이후 삶의 과정은 잃어버린 자리를 찾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정의한다.

한창때는 한 평의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경쟁하지만 중년이라는 시점이 되면 성공을 했건 그렇지 않든지 간에 정신적으로 소외된 느낌. 마지막 내 자리였던 가정이라는 공간에서조차 외톨이가 될 때 큰 충격을 받는다고 쓰고 있다.

이때의 해결책으로 저자는 "함께"라는 해결어를 제시해주고 있다.

어쩌면 남성이건 여성이건 중년이 되고 보면 왠지 모르는 정신적 우울증과 공허감이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삶 속에 한 칸을 비집고 들어온다. 하지만 현재의 삶이 주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 밖에서의 시선이 우울해도 우울하다는 말조차도 꺼내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우울한 나조차도 내가 그런지 안 그런지 헷갈리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고 있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더 이상 슈퍼맨, 원더우먼을 자처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숲 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소서
바쁜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은 깊은 고요함을 지니게 해 주소서 <이해인 '마음을 위한 기도' 중에서>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세요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해답을 구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이너마리아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책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주요 문구들만으로도 지친 중년들에 겐 삶의 힐링이 충분히 되리라 본다

하루에도 한해에도 중간이 있듯이 하나의 삶에도 그 중간이 있다.
어쩌면 날마다 그날이 남은 절반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하고 아쉬울 것도 불안하고 두려울 것도 없을듯하다.
오히려 앞으로 살아갈 절반의 삶을 더 충실하게 꾸려야겠다는 각오와 너그러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김경집 '마흔 이후 이제야 알게 된 것들'> 중에서

인간은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짧은 순간의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여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무리여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모두 가져가도 
<잘랄루딘 루미 '여인숙'> 중에서

걱정의 40%는 이결코 일어나지 않고, 30%는 이미 벌어졌고, 22%는 아주 사소한 것이고, 4%는 바꿀 수 있고, 단지 남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다.
결국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96%는 쓸데없다고 어니 젤린스키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인생은 축제가 아니라 숙제라고 말하고 있다.
어찌 들으면 비관론자의 넋두리로 들리겠지만 자신에게 던져진 숙제도 미완성인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착각 속에 살지 말라고 하고 있다.
진짜 행복이란 자신의 행동과 가치가 자신과 부합될 때이며 진정으로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을 잃어버렸거나 방향을 알아도 그곳을 향해 갈 수 없을 때가 불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은 마지막이 되어봐야 알 수 있다. 중년은 그것을 알기 위해 인내하고 애쓰며 살아가는 삶의 한과정일 뿐이다. 아직도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이 시대의 중년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이유라고 하며 글을 마치고 있다.

왠지 힘들고 지쳐간다는 느낌이 드는 중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이번 주말엔 책 한 권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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