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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퍼붓던 어느 오후에

좋은생각/계절이야기

by 이즈원 2024. 7. 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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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분위기 >

찬란한 가을을 기다리기엔
여름은 너무 긴 것 같은 날
뜨거워진 온몸을
낡은 선픙기 바람에 식혀보지만
열기만으로도 충분히 목은 마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티는
습한 공기가 던져 놓은 불쾌지수에
허공에 삿대질만 더해가고

담배 생각에 집 밖을 나오니
더 더운 거 있지
그때였다
둔탁한 소리가 들린 건
앞집 처마를 때리더니
열기 사이로 장대비가 쏟아진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마냥
주눅 들어 쳐져있던 시계추가
갑자기 빨라진다.
누군가는 뛰기 시작했고
길고양이 덩달아 달린다
열기에 늘어진 차량 와이퍼들이
쌍으로 커플댄스를 춘다.
피난 가는 개미의 일자행렬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건너편 이층 집에서
빨래를 걷고 있는
아낙의 분주한 손놀림을
넋 놓고 바라볼 때쯤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묘한 웃음을 주신다
비 때문에
나조차 난감해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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