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에게 > 이즈쓰다.
산들바람에
살포시 고개 내민 홍매화
살랑살랑 수줍어하며 흔들린다
아파트 뒤편에
예쁜 꽃색시가 피어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아차렸으니
방금 샤워를 끝낸 여인처럼
촉촉한 물기 머금고 내뿜는
풋풋하고 향기로운 향이 전해옴을
환절기에 마비된 후각이라도
바로 감지해 버리는 듯하다.
자체 발광이란 용어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향과 꽃술에 취해버린 듯
이미 온몸이 달아오르는 건
이성 속에 감추어진 본능이
부지불식간에 발현된 것일 게다
잰걸음으로 훌쩍 떠나갔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를 도는
시간만큼의 긴 여행을 마치고
시나브로 우아하게
세상의 포토라인에 당당히 선 그대
지난봄
그대가 그렇게 서둘러 떠난 것은
떠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일을 마치고
얼른 돌아오기 위해서였다고
나는 이해하련다.
또다시 그대 보이지 않으면
그대의 일을 이해하려 하니
없는 동안에
다른 꽃색시 희롱하며
빈자리 허전함을 채워도 질투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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