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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 쓸쓸함에 더하여

좋은생각/짧은 단상 긴 여운

by 이즈원 2023. 11. 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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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그 쓸쓸함에 더하여 > 이즈쓰다

한순간 지나가는 감정인데도
작은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게
사랑의 열병이라더니
총총히 구멍 난 한 잎 낙엽에도
쉬이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타고난 인지상정 때문일 거다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들에서
마치 허파에서 바람 빠져나간 듯
허망한 감정이입을 경험하는 건
어쩌면
되돌아가 추억할 시간들보다
남아있는 날이 더 적어서라 위안하며
에둘러 스스로를 다독거려 본다.


언제부터인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잃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주어진 그대로의 삶에 더해
없던 무언가가 하나씩 채워지는
요술주머니 같은 거라 여기기로 했다
삶에 짜증이 나는 건
자동차나 옷 같은 물질 외에도
새로운 친구와 지인도 생기고
맛보지 못한 맛난 음식도 먹고
즐거운 여행의 추억은 느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있는 걸 가졌다 생각하니
내게 없는 게 자꾸 부러워지는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기인하는 감정들은
우리를 지나치게 허무하고 쓸쓸하게 만들어버린다.


또 하나의 가을이 간다
고독도 쓸쓸함도
살아있음으로 가질 수 있는
인생이 주는 넉넉한 감정들이다
불행한 건 그 감정조차 잊은 채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숙련되고 품위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니다
이런 사소할지도 모를 감정들을
시간 속에서 녹여 조련된 것이다
강철도 뜨거운 불속에서 녹고
수백 번의 망치질을 견뎌내야만
단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맘껏 누려라
맘껏 고독해지고 쓸쓸해지고
그러고 나면
주름살도 늘지만 비례해서
자신의 인성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인가?
가진 것에 또 많은걸 더 얻을 수 있어서...
언젠가는 가졌던 모든 걸
모두 내려놓아야 될 때가 온다
그때 묘비명에
'가질 수 있었던걸 다 가진 자
여기에 잠들다. '라고 기록된다면
헛되이 보낸 것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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