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당신으로 인해 > 이즈쓰다
가늠할 수 없는 안개가
아침을 온통 점령하였고,
한낮엔 높은 하늘도
구름 뒤로 숨었지만
해지는 저녁노을은
눈부시게 황홀했어요
처음이 좋았다면 아름다운 끝은
못 봤을지도 몰라요
신은 무지 공평하거든요
평범한 일상들 속에도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
특별한 사랑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조금 더 세월이 흐른 뒤에
오늘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면
작은 예배당의 수도사처럼
아침 예배의 첫마디를
당신으로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이 가을!
여름을 견딘 열매와 과실은
많은 것들을 내려놓은 채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을 기다릴 겁니다.
내가 그 농부라면
마지막으로 가질 열매는
당신이었으면 합니다.
내 영혼이
이쁘게 물든 단풍이라면
인생은 가을을 닮았으면 합니다
생명을 꽃피우고
마지막 잎새처럼 여운을 남기며
세상과 작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또한
당신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삶의 뒤로 당신은 늘
내 생의 아름다운 배경이었습니다.
내가 채우지 못한 공간을
채워주는 당신이 있었기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완전할 수는 있었습니다
언제나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부족한 2%의 98%가 되어주어서
~ 혼자서는 멋없는 풍경이 배경이 되어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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