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날

#이 가을에

< 이 가을에 > 이즈쓰다

이 가을에
하늘 한자리 구름으로
숲 사이 한줄기 바람으로
머물 수만 있다면
가장 먼저 해를 만나
늦게까지 함께 하며
찬란한 아침을 맞고
눈부신 노을을 마중하고
그럴 수만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
필 때를 용케도 알고
꽃은 자리를 찾아 피네요
감사한 일인데 그냥 주어지니
고마움을 모른 채
당연하다는 듯 살아갑니다.
이맘때면
꼭 생각나는 말이 있어요
행복하세요?
참 난감한 질문이다.
지금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 아니에요?
참 명쾌한 답변이죠.

그 이상을 욕심내다 보니
만족도가 낮아지는 겁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불행한 건
바로 옆에 잔뜩 두고도
손에 잡히지 않는 걸 가지려다
결국은 있는 것 마저 놓쳐버린 채
삶의 뒤안길로 잊히는 겁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94세까지 장수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입니다.
우물쭈물하다
훅 하고 지나가는 게 가을입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이라는 보석은 넘칩니다.
한동안 만나게 될
가을의 하루하루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