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퍼붓던 어느 오후에
찬란한 가을을 기다리기엔여름은 너무 긴 것 같은 날뜨거워진 온몸을낡은 선픙기 바람에 식혀보지만열기만으로도 충분히 목은 마르고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티는습한 공기가 던져 놓은 불쾌지수에허공에 삿대질만 더해가고담배 생각에 집 밖을 나오니더 더운 거 있지그때였다둔탁한 소리가 들린 건앞집 처마를 때리더니열기 사이로 장대비가 쏟아진다아닌 밤중에 홍두깨 마냥주눅 들어 쳐져있던 시계추가갑자기 빨라진다.누군가는 뛰기 시작했고길고양이 덩달아 달린다열기에 늘어진 차량 와이퍼들이쌍으로 커플댄스를 춘다.피난 가는 개미의 일자행렬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건너편 이층 집에서빨래를 걷고 있는아낙의 분주한 손놀림을넋 놓고 바라볼 때쯤순간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묘한 웃음을 주신다비 때문에나조차 난감해지는 오후다
좋은생각/계절이야기
2024. 7. 18.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