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공원에서
#삶이 깊은 당신에게 부침
기억하기 위해 남겨놓습니다
풀은 풀대로
꽃은 꽃대로
나름의 향기를 내듯이
사람냄새나는
당신을 알았습니다.
살아가는 건 사람의 일이고
그 후의 일은 하늘의 일이라지만
설마 하는 무심함이
두고두고 미안해야 할 일이 되었네요.
넓은 세상이라지만
그나마 편히 쉴 수 있는 게
회색 콘크리트 속
한 줌 재가 되어서야
가능하다는 사실에
더 가슴이 아프네요.
해줄 수 있는 게
글 한 줄 영전에 부침하는 거 외에 달리 없으니
< 당신 그곳에서는 >
5월은 푸른 하늘만큼이나
심성이 맑았던 사람
그 하늘을 나만 본다는 게
요 며칠 미안했는데
당신 보러 오는 날
하늘도 슬펐는지
잔뜩 울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한번 더 봤으면 좋았을걸
남평문씨 거기서
밥이라도 같이 먹을걸
마지막 여행이었을지도 모를
정기여행이라도 함께 했었더라면
되뇌어 보지만
막차 놓친 사람처럼
마음은 괜스레 안타까워지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양
내 야속함에 자책하고
미안해지는 맘 금할 길 없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늘 오지 않고
그리워할 사람은
늘 내 곁에 없다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막상 이제
유골함에 봉안된 당신을
낯선 이름으로 마주한다는 게
못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합니다
꽃은 져도 꽃이라고 하죠
세상에 뿌려놓은
그 어여쁜 마음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발아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다운 사람을
다시 또 만나게 될까요?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분명 꽃처럼 아름다운
그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고단한 세상사
미련 없이 내려놓으시고
부디 가신 그곳에서는
꽃길만 걸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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