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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띄우는 엽서 ~ 오후 달력머리 앞에서

좋은생각/짧은 단상 긴 여운

by 이즈원 2022. 12. 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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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부족해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완벽할 정도로

제 몫을 하는 건 나이뿐인 거 같습니다.

또 한해의 마지막이네요

아쉬움과 다가올 설렘이 교차하는 때입니다.

 

탁상달력을 보며

마지막 장장을 넘깁니다.

하얀 눈이 내려온 것 같은

하얀 달력의 새 여백들위로

깨알같이 메모를 적어봅니다.

까만 글씨가 발자국처럼 찍힙니다

메모는 빼곡히 채워지지만

텅 빈 거리 가운데 서있는 듯함은

된바람에도 대책 없이 흔들리는

영혼의 나약함의 소치겠지요

 

12월은

참 고마운 달입니다.

뭘 했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지나온길 반추해볼 기회를 주어서

참 감사한 달입니다.

사랑한다 말만 잘했지

그 마음 온전히 보이지 못했는데

작은 선물이라도 전하게 해 주어서

참 미안한 달입니다

이루지 못한 소망들과

실천하지 못한 다짐들에

그리고 소홀했던 나와 당신에게

 

눈 내린 예배당이 있고

아무도 없는 뒤쪽 골방에서

고해성사 한 번쯤 해보고 싶네요

내 죄는 아무도 모르나

하나님이 알고 내가 압니다

살아있는 동안 행하는 선들이

그 죄의 일부라도 갚아나갈 수 있다면

또 살아가겠지요 살아있겠지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항상 고맙고

언제나 미안하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다가오는 날은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러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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