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참 이쁘다

#가을 참 이쁘다

구절초가 피었다죠.
꽃무릇도 피었다죠.
쑥대머리 쑥부쟁이에
익어가는 건 벼이삭만이 아니라
댑싸리도 있다는 걸..
핑크뮬리같이 당신도
이쁘게 익어가고 있나요?

< 가을!  참 이쁘다 > 이즈쓰다

허락된다면
가을 빈 여백에
깨알같이 글 몇 자 써봐야겠어요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아름다운 노랫말 흥얼거리며
이쁜 그림엽서 부치러 가는 것도
마냥 행복한 일일 거 같습니다

보일 듯 말듯한 안개사이로
햇살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잎새는 이슬방울을 머금고
먹이 찾아 분주한 새의 지저귐과
일터로 향하는 자동차의 행렬들
염탐하듯 엿보는 아침의 창이
항상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은 참 이쁩니다
미간을 지나는 바람 한줄기에도
향기로운 내음은 배어 있습니다
야수 같은 남자의 마음 안으로는
온종일 미녀가 들락날락거리고
떨어지는 낙엽 한 장에도
잠자는 교주의 감성이 되살아 납니다

가을엔 화가가 되어봅니다
노트와 연필 한 자루 있다면
나무벤치도 하나 그려 넣고
반짝이는 햇살도 그려 넣고
가로수길도 그려 넣을 수 있는
그 사이로 걷고 있는
다정한 연인이 나라면 더 좋겠지요

한편으로 가을은 참 이쁩니다
한없이 고독해지고
그러다가 이유 없이 쓸쓸해지고
곱게 화장한 신부의 어깨너머로
집 떠나는 이쁜 딸의 모습이 투영되고
포물선 그리며 낙하하는 잎의 춤사위에
이별의 애잔함을 공유해 보기도 합니다

당신의 가을은 어떠신가요?
심쿵한 또 하나의 계절이 성큼성큼 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