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에 임하는 자세 >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낯선 누구라도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오랜 친구처럼
맘 편한 대화를 나누면 좋지 싶다
그러는 사이
마른 장작처럼 말라버린
내 몸 구석구석이
단비에 촉촉이 젖을 것 같아서다
그렇게
마음이 젖고
가슴이 촉촉해지면
마주치는 누구에게라도
따뜻하게 웃을 수 있을 거 같아서다.
살아가는 게
어차피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남겨지는 게
우리네 인생이지만
굳이 어느 한편을 택하라면
남겨지는 누군가가 되고 싶다.
예쁜 마음으로
또다시 다가올 누군가를 위해
곱게 말린 국화꽃차를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싶다
아마
차 끓일 시간이 많아질 거다
가을은 그렇게 보내고 싶다
차를 끓이는 건
따뜻해지기 위함이다
낙엽 같이 구멍 난 가슴 한편에
따뜻한 기억 하나 새겨두기 위함이다
차가워진 혈관에
온기 있는 향기를
남겨두기 위함이다.
그렇게 그렇게
가을과 벗하며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
찬 공기가 옷깃을 파고들 때
차 한잔으로 식어버린 체온을 데울 것이다
차의 온기로 마음을 데우고도
따뜻한 온기가 남는다면
다가오는 겨울이
너무 차갑지 않도록
내 몸 한편에 온전히 남겨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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