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에서
순수하다는 건 얼마나 찬란한 언어의 유희인가? 햇빛에 토해내는 눈 부심이 그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나신이 그랬다. 일렁이는 물결에 몸을 내어준 대청호 나목의 초연함이 그러했다 걸친 게 많았으니 벗을 것도 많은 게지 진지하게 생을 갈구해도 허점투성이 삶일 수밖에 삼보일배 그 후 고해성사 그 후 묵언의 기도 이후에나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이미 내려놓은 그들은 알았을 터 불순한 감정으로부터 순수하게 젖어들 수 없다면 매서운 추위로부터 따스함을 불러낼 수 없다면 호수에 투영된 나목의 내면과 주파수를 맞추자 거기로부터 잠자던 순수의 영혼을 깨우자 바스락바스락 버림받은 메마른 낙엽의 울부짖음이 스사삭 사삭 가지를 관통하는 겨울 삭풍의 애처로움이 그대의 가슴에서 느껴진다면..
좋은생각/좋은생각
2022. 12. 27.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