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은 맞나 봅니다.
또 흐려지는 걸 보면
지산샛강에 연꽃이 피니 언에 나타났는지 구애하는 개개비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 섭리 > 이즈쓰다
회색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습니다
세상에 화려한 것이라곤
다 죽어버린 듯한 하루지만
그 사이로도
생명은 끈질긴 삶을 이어갑니다.
꺼내어보면
저마다 아픈 사연이야
촘촘히 열거하기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으면
또 살아지는가 봅니다.
샛강이 사랑숨을 쉽니다
살포시 고개 든 접시꽃의 빰은
부끄러워 듯 붉그스름 해 졌습니다.
빗물 고인 연잎들 사이에서
연꽃은 사랑빛을 토해냅니다
말해주지 않아도
가슴 떨려오는 울림이 오면
수줍어 움츠린 마음이 열리고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화려하게 피나 봅니다.
연밭 속 개개비 울어댑니다
종족보존의 원초적 본능은
자연의 방해를 넘어서
예까지 그들을 오게 했습니다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찾는
그 위대한 여정들로부터
세상은
다음세대로의 진화를 이어가고
삶의 이야기들을 전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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